미국·EU, 뇌지도 작성에 집중 초기 치매, 줄기세포로 완치 기대 쿠바선 '폴리코사놀' 적극 처방 인지장애 예방·완화 효과 연구 중
100세 장수 시대에 가장 큰 걸림돌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뇌 질환'을 꼽는다. 치매는 노인이 가장 무서워 하는 질병으로 '100세 시대의 재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뇌졸중은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신체 장애 후유증을 남겨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국내 뇌과학 연구의 권위자인 가천대 뇌과학연구원 서유헌 원장(전 서울의대 교수)과 뇌졸중 치료 명의로 알려진 쿠바 뇌신경과학연구소 하비에르 빈센트 산체즈 로페즈 소장을 만나 뇌 질환 연구 트렌드와 뇌 질환 예방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치매·뇌졸중 같은 뇌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를 잘 하고, 뇌혈류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나이가 들어서도 머리를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진은 가천대 뇌과학연구원 서유헌(오른쪽) 원장과 쿠바 뇌신경과학연구소 산체즈 소장.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전 세계적 뇌 질환 관련 연구 트렌드는?
―서유헌: 수백만개의 뇌세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힌 뇌지도 작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2013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뇌 활동과 관련된 경로와 기능을 파악하는 뇌지도를 만들고, 치매 등 뇌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BRAIN)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매년 5억불 이상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금까지 나온 뇌 연구에 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뇌지도를 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Q. 연구의 목적은 결국 치료제 개발인가?
―서유헌: 그렇다. 치매의 경우 현재 4가지 약제가 나와있지만 증세 완화에만 효과가 있을 뿐 치매 진행을 막는 효과는 없다. 지난 10년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치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약 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에서 실패한 것만 해도 열 번이 넘는다. 치매의 원인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없어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는 것으로 보인다.
Q. 쿠바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산체즈: 쿠바는 치매보다 뇌혈관 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뇌졸중은 발병 후 신체 장애 같은 후유증이나 재발 위험이 높은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천연물 신약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현재 쿠바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위해 '폴리코사놀'을 처방하고 있다. 폴리코사놀은 사탕수수 껍질에서 채취한 천연물 신약이다. 뇌졸중 환자에게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와 폴리코사놀을 추가적으로 처방했을 때 후유증 완화와 재발 방지 효과가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현재 폴리코사놀을 가지고 인지장애 예방과 완화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Q. 뇌 질환을 치료하는 천연물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나?
―서유헌: 나는 20년 이상 천연물에서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다. 수년 전 '원지'라는 식물에서 'BT-11'이라는 성분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 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뇌 독성 단백질을 차단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뇌 스트레스를 완화해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뇌기능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임상 연구 대상자를 늘려 약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Q. 천연물 신약, 확실한 효과 있다고 보나?
―서유헌: 치매,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은 원인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 약 가지고 완벽한 치료가 어려울 것이다. 다양한 치료제를 병합해서 쓰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를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 2012년부터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데, 치매를 일으키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쥐에게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투입한 결과, 손상된 뇌가 회복돼 치매 진행을 막았고, 초기 단계에서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 역시 병의 초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Q. 뇌 질환은 예방과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산체즈: 쿠바에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주치의 제도가 잘 돼 있어 주치의가 정기적으로 주민을 찾아가 뇌졸중이나 치매 등을 조기 진단을 하고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에 대해 알려준다. 이상이 발견되면 뇌 질환 전문 의료진에게 보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또한 어린이·노인을 포함한 전 국민 대상으로 식습관, 운동, 흡연, 음주 등과 관련한 건강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는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로 뇌 질환 등을 감소시켰다.
Q. 뇌 건강 수칙은?
―서유헌: 지난 달 란셋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위험인자는 고혈압, 운동을 안하는 습관, 이상지질혈증, 잘못된 식습관, 비만, 스트레스, 흡연, 심장질환, 알코올, 당뇨병 등으로 나타났다. 치매도 위험요인이 비슷하다. 다만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를 쓰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뇌를 적절히 쓰면 뇌 신경회로가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기억력이 좋아지고 치매도 덜 걸린다.
―산체즈: 나이가 점점 많아질수록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운동을 해야 뇌로 가는 혈류가 늘어 뇌가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