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DNA 분석, 암 유발 단백질 찾아 제거한다

[주목! 새 병원] 길병원 암맞춤 클리닉

암 표적치료 기반, 환자 맞춤 진료
치료 효과 높고 부작용·고통 감소… 한국형 폐암 신약 개발에도 힘써

주부 박모(68)씨는 7년 전 간암(肝癌)을 진단받았다. 2006년 유방암 3기로 수술을 받았는데, 2년 만에 재발해 간까지 전이된 것이다. 박씨는 유방암 수술 이후 고된 항암 치료의 두려움 탓에 치료를 포기하려 했다. 그때 그를 설득한 것은 주치의였던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은경 교수였다. 조 교수는 "재발암 환자들은 항암제 부작용 등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재발 암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이때 항암제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인 표적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표적치료란 환자의 종양 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 암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을 찾아내서 공격하는 치료법이다. 박씨는 표적치료를 시작한지 7년이 지난 지금, 간에 있던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고 더 이상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회복됐다.

박씨는 "주변에서 유방암 환자가 암이 재발하면 평균 생존 기간이 2년 정도라고 했다"며 "하지만 표적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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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이 인천지역 최초로 암 표적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암맞춤 클리닉’을 개설했다.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은경 교수가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에서 유전체 분석 연구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인천지역 최초 표적치료 전문 클리닉

길병원은 지난 4일부터 암센터 2층에 암 표적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암맞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암센터에서 진행하던 표적치료를 발전시켜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클리닉을 신설한 것이다. 표적치료 전문 클리닉은 전국 4번째이자 인천 지역 최초다. 길병원 암맞춤 클리닉 신동복 소장(혈액종양내과)은 "같은 암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암을 일으키는 주요 유전자 돌연변이가 다르고, 심지어 동일한 환자의 암에서도 부위에 따라 돌연변이 양상이 다르다"며 "암맞춤 클리닉 개설로 맞춤 치료를 제공해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표적치료는 말 그대로 암세포만 표적으로 정해 공격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치료법인 항암제는 '세포독성 항암제'로 체내에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세포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라는 머리카락이나 골수 등의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감염에 취약해지는 등 부작용이 잦다. 반면, 표적치료는 환자의 종양 조직의 DNA를 추출해 환자에게서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찾아낸 뒤 해당 단백질을 죽이는 표적 항암제를 사용한다. 암을 유발하는 요인만 제거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좋다. 조은경 교수는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법을 통해 검사를 한 번만 받아도 종양 조직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환자들은 검사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어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형 폐암 치료 연구에 집중

길병원의 암맞춤 클리닉은 현재 폐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폐암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질환으로,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암을 진단받을 때 이미 3~4기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암맞춤 클리닉에서는 진행성 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 주최 암정복 추진 연구개발사업 과제를 부여받아, 한국인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의 특징적 유전자 변이를 진단하고, 이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표적치료를 선별해 맞춤치료를 시행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중이다. 조은경 교수는 "이번 폐암 연구를 통해 한국형 폐암 환자들의 유전체 지형을 확인해 알맞는 치료법을 시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야별 암 전문가 협진으로 맞춤 치료

길병원 암맞춤 클리닉은 방대한 양의 연구 자료와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으로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특히 표적치료 분야에서 암을 치료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연구다.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체 염기 서열을 분석한 뒤 전문적으로 데이터를 이해하고 어떤 유전자 단백질이 환자에게 암을 유발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해야 그에 필요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병원 암맞춤 클리닉은 2008년 개소한 '이길여암당뇨연구원'과 올해 1월 개소한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방대한 양의 유전체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분석한다. 또한 국가지정 인천지역 암센터인 길병원 암센터의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적용해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핵의학과 등 각 분야별 암 전문의가 팀을 이뤄 진단부터 치료까지 신속하게 제공하며, 암종별 암 상담 코디네이터가 상주해 1대1로 환자를 관리한다. 길병원 이근 병원장은 "이번 클리닉 개소를 계기로 인천에서 암 맞춤 치료의 시대를 열어 최상의 암진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