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이 병을 부른다

입력 2016.07.08 09:29

통합기능의학

‘드레스 투 킬(dressed to kill)’이란 우리말로 ‘옷차림이 죽여주는’이라는 뜻의 영어 관용구이다. 1995년 미국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책이 출판되었는데 실제로 이 제목은 관용적 의미 대신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옷차림’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표현한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라’는 내용이었다. 응용의료인류학을 전공한 미국의 시드니 로즈 싱거 박사가 그의 부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의복의 기원

인류는 약 25만 년 전쯤 온몸을 덮고 있던 털이 거의 사라지고 벌거숭이가 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우리 몸 안의 휴먼타입1 헤어케라틴(Human Type1 hair Keratin) 유전자를 잃어버린 것이 체모가 거의 사라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체모가 없어지면서 열을 방출하는 능력이 좋아져 우리 조상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더 오랫동안 더 빨리 이동하면서 사냥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의복의 탄생은 인류가 불(火)과 도구를 발명한 것처럼 인류 진화의 중요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옷의 기본 기능은 피부의 연장으로써 신체를 보호하는 데 있다. 동물 세계에서는 숫사자의 갈기, 공작의 깃털, 수탉의 볏과 깃털처럼 이성을 유혹하거나 힘을 과시하기도 하고 포식자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보호색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옷을 신분의 상징, 직업의 구분, 또는 과시욕의 표현으로 이용해왔다.

전통의 이름으로 행한 악습

장식 목적의 문신이나 피어싱 등 각종 장신구 자체는 해롭지 않지만 그것이 자극이 되어 결과적으로 피부에 암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 기형이나 변형을 가져오는 복식 습관에는 명백히 해로운 결과가 있었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소녀들에게 자행된 전족은 중국 여성들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나치게 작고 좁은 신발로 인해 티눈과 발의 기형으로 엄청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발 모양만 이상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전족을 하면 발끝으로 종종거리며 걸어야 했고, 등뼈가 기형적으로 튀어나온 여성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당시에는 인기 있는 여성상이었다고 한다. 전족은 사실 여성을 집안에 가두어놓고 남성의 욕구를 채우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하이힐은 한때 유럽의 상류계급 남성과 여성이 비슷하게 애용했다. 하이힐은 발바닥 전체가 아니라 그 가운데 작은 부분으로 몸무게를 지탱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해로운 결과는 명백하다.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남성들은 하이힐을 버렸다.

 

여성이 브래지어를 착용한 모습
꽉 끼는 브래지어는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사진 셔터스톡)

여성을 약자로 만든 코르셋

서양에서는 여성의 발은 옭아매지 않았지만 대신 오랫동안 여성의 가슴을 옥죄었다. 코르셋은 바로크 시대의 산물이다. 바로크 예술은 그리스 건축물의 기둥에서 보이는 우아한 직선을 깨버리고 대신 나선형·곡선형·돌기형 건축술로 발전했다. 여성의 신체 또한 한 시대의 양식을 결정하는 그 같은 원리나 법칙에 영향을 받는다. 높게 부풀린 헤어스타일의 가발, 짙은 화장, 부풀린 가슴, 조인 허리, 크리놀린을 받쳐 입어 풍성하게 보이는 폭넓은 스커트 때문에 당시 여성은 넓적한 받침대 위에 놓인 꽃병처럼 보였다. 코르셋은 가슴과 복부를 압박하여 호흡·소화·순환기 장애를 초래한다. 실신이나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코르셋은 여성을 많은 질병에 빠뜨리게 함으로써 여성을 더욱 약자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달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몬태나주의 평범한 여고생 케이틀린 주빅은 ‘노브라’로 등교했다. 그날 주빅은 교장실로 불려가 책망과 함께 브래지어를 착용하도록 지시를 받는다.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이다. 그녀는 자신이 시스루나 부적절한 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학교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더 나아가 ‘노 브라 노 프라블럼(No Bra No Problem)’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문제를 공론화했다. 경찰은 범죄행위가 아니라서 이 일에 간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여성을 비너스로 유도하는 속옷 산업

앞의 싱거 박사 부부의 주장은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동안 가슴 부위의 림프액과 혈액의 순환이 방해를 받아 체내 독소 배출이 어려워져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유방암 환자와 건강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브래지어를 24시간 내내 착용하는 여성은 전혀 착용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 확률이 125배나 높다는 것이다. 한편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여인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면서 유방암 발병률이 서양인들과 비슷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반면에 브래지어를 평생 하지 않는 호주의 원주민 여성들에겐 유방암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관찰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엔 일부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비만 여성은 브래지어를 착용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날씬하고 건강한 여성들은 자주 착용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는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지원한 사례 연구는 브래지어 착용과 유방암 발병과의 인과관계는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지만,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외출 시간을 제외하고 되도록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타이트한 와이어제품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남성이 넥타이를 착용한 모습
넥타이는 뇌경색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사진 셔터스톡)

넥타이와 허리띠는 느슨하게

남성들이 주로 매는 넥타이는 혈액순환장애로 뇌출혈이나 뇌경색 발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안압 상승으로 녹내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가능한 한 노타이가 좋으나 착용 시에는 되도록 느슨하게 매도록 한다.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 허리벨트 대신 멜빵을 추천하며, 식후에는 허리띠를 조금 늘려주는 것이 좋다. 스키니 진이나 타이츠를 신는 경우 하지정맥류의 발병 위험에 노출된다.

여름철 야외 활동시간이 많은 경우 자외선 차단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이 노화와 피부암 예방에 좋다. 건강한 2세를 가져야 하는 젊은 남성들은 고환의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타이트한 속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열대 아프리카 종족들처럼 걸치는 옷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청결을 유지하는 데 더욱 유리하다. 반면 유럽인들은 속옷과 겉옷을 많이 입게 됨에 따라 점점 더 청결유지가 어려워 여러 질병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옷이란 기본적으로 수치심을 가리는 치장이고, 신체적 결함을 감추어 주며 나아가 멋있게 입어 성적 매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옷의 중요한 기능이 위생과 신체 보호라는 점에서 옷이 신체의 어떠한 생리적 기능도 훼손하지 않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신체의 항상성이 유지되도록 겨울옷은 보온, 여름옷은 통기성이나 체열 발산이 잘 되는지 살펴야 한다. 화학적 소재나 인조염료를 사용한 의류는 구입할 때 발암성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유행에 따라 소녀들이 복부가 노출된 의상을 입을 경우 소화불량, 설사, 변비, 복통 등 소화기장애를 겪을 수 있다.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만성설사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병원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을 때는 혹시 수면 중 배를 열고 자는 습관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 수건으로 배를 덮고 자면 불편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 이렇듯 질병을 부르는 옷차림으로 인해 건강을 위협하거나 컨디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돌아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혜이다.

신현종 제네신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암환자를 위한 해연면역학교를 운영하면서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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