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복강경, 불가능하다던 '肝 떼는 수술'에도 활용

입력 2015.11.25 07:30

생체 간 이식 때 개복술 대체… 입체감 있고 구석구석 다 보여
간 기증자 삶의 질 크게 향상… 전 세계 100여건… "활성화 될 것"

직장인 양모(32·여)씨는 간 이식 밖에 해결책이 없었던 간경화 환자인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했다. 양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의 몸에 큰 수술 흉터(배를 가로지르는 15~20㎝ 짜리)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 간 이식을 받기로 결정하고도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기우였다. 수술 후 양씨에게 남은 흉터는 훨씬 작았다. 복강경을 위해 구멍을 뚫은 5곳에 1㎝ 짜리 흉터가, 속옷을 입으면 보이지 않는 아랫배에 10㎝ 흉터가 남았을 뿐이다. 개복을 하고 간을 꺼내는 통상적인 수술 대신 3D 복강경으로 간을 꺼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권준혁 교수는 "난도가 높아 복강경으로 간을 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3D 복강경이 개발되면서 충분히 가능해졌다"며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기증자의 삶의 질이 기존 개복술(開腹術)에 비해 훨등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권준혁 교수가 생체 간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권준혁 교수가 생체 간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 3D 복강경으로 기증자의 간을 떼어내고 있다.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3D 복강경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혈관·담도 복잡해 간 복강경 수술 어려워

복강경 수술은 국내 도입 초기만 해도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카메라 영상만 보면서 움직임이 제한된 수술기구로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배를 열고 눈으로 직접 환부를 보면서 수술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몸을 적게 째 통증과 감염 위험을 줄이고, 회복이 빠르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 기증자의 간을 뗄 때는 여전히 개복술을 많이 한다. 권준혁 교수는 "기증자에게서 간을 떼는 수술은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며 "간은 문맥(간에 있는 정맥)과 담도가 복잡해 수술 중 출혈이 생겨 기증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강경 수술의 장점이 많은데도 간 기증자의 수술에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생체 간이식 기증 수술을 복강경으로 진행한 게 100여 건 밖에 되지 않고, 이를 할 수 있는 의사도 10여 명에 불과하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45건의 복강경 간 기증 수술을 했다.

◇3D 복강경으로 정확한 수술 가능해져

수술흉터크기비교
간 기증 수술이 복강경으로 가능해진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3D 복강경 도입의 영향이 가장 컸다. 권준혁 교수는 "간 수술에서 3D 복강경은 단순히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는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평면으로 보이는 2D 복강경이 한 눈을 가리고 수술을 하는 것이라면 3D 복강경은 두 눈을 모두 뜨고 하는 것과 같다.

권 교수는 "깊이감이 있어 조직을 잡고 바늘과 실로 문맥과 담도를 꿰맬 때 정확한 바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피로를 줄이면서도 수술에 집중할 수 있어 실수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수술시간은 6시간 정도로, 개복수술에 비해 1~1시간반 정도 더 걸린다.

◇움직이는 카메라가 사각(死角) 없애

움직이는 카메라의 개발도 복강경 간수술을 수월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올림푸스는 끝이 상하좌우로 100도씩 구부러지는 복강경 카메라를 개발했다. 카메라가 고정돼 있으면 시야가 제한돼 무리하게 수술기구를 움직이다 장기나 조직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는데, 카메라가 구부러지면 수술공간을 더 넓히는 효과가 있다. 권준혁 교수는 "일자형 카메라로는 보기 힘든 장기 뒤쪽까지 카메라를 구부려 볼 수 있기 때문에 숨어 있는 혈관이나 담도를 손상시킬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며 "의료기기의 발달로 수술이 쉬워지면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복강경 간 기증 수술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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