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가 함께 병원 운영하는 CM충무병원 이도영 이사장·이상훈 병원장
이상훈 원장에게 던진 첫 질문은 ‘의사 집안의 분위기는 어떤가’였다. 할아버지, 아버지 뿐만 아니라 남자 형제들은 거의 다 의사다.
“의사 집안이라고 분위기가 엄하고 심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평범했어요. 집안 사람들이 모두 의사니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요. 집에서 의사가 되라고 압박을 줬다면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의사라서 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다만,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하니까 나도 하면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부친 이도영 이사장이 아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상훈이는 어렸을 때부터 집중력이 굉장히 좋았어요. 한 번 책을 봤다 하면 다 읽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죠. 과학적 창의력도 좀 뛰어났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발명 관련 대회를 나갔다 하면 상을 받아왔어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는 나중엔 나와 같은 길을 갈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외모와 성격, 진료 스타일마저 닮았다
이상훈 원장에게 좋은 의사의 조건에 대해 물었더니 ‘열심히 공부하는 의사’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왜 그럴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의사일수록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를 한다고 생각해요. 어깨 탈구 환자가 왔어요. 우선은 수술할지 안 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해요. 하지만 이때 의사들의 말은 다 달라요. 환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죠.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의사들의 말이 다르니까요. 끊임없이 공부해서 의학적인 지식을 늘리면 의사 스스로가 어느 것이 정답이라는 확신을 하게 돼요. 확신을 하려면 의학 지식이 많아야 해요. 전 세계에서 발표하는 논문을 열람하고 외우는 것이 필요해요. 최신 트렌드는 뭔지 어떤 수술법이 가장 좋은지 살펴봐야 하죠. 최대한 많은 사례를 접해서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를 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이 원장의 철학은 아버지의 가르침 덕이다. 이도영 이사장은 의사의 길을 택한 아들에게 “평생 검소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의사만이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는 조언을 늘 아들에게 했다.
“의사가 된 아들에게 항상 노력하지 않는 의사는 죄인이라고 말했어요. 지금도 이 말은 자주 합니다(웃음). 자신의 능력과 실력만이 재산인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연구하지 않는 의사는 자신의 의료 철학을 확립할 수 없어요. 의료 철학이 없으면 확신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기 어려워집니다. 아들이 끊임없이 공부해서 환자들에게 본인의 의술을 인정받는 의사가 되기를 예전에도 바랐고 지금도 바라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서 그런지 생김새뿐 아니라 한 번 본 것도 다시 보는 꼼꼼한 성격도 비슷하다. 부자의 진료스타일 역시 비슷하다고 한다. MRI나 최신 진단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환자와 대면해서 문제점을 파악한다. 또, 주말에 환자 수술 방법을 연구하러 나올 때마다 언제나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아버지인 이도영 이사장은 젊었을 적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또, 아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오히려 본인에게 좋은 자극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스포츠의학 전문가, 매년 200명 이상의 프로야구 선수 치료
이상훈 원장은 국내 스포츠의학 전문가로 통한다. 스포츠의학은 일반 의학하고는 차이점이 있다. 보통 환자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라면 스포츠의학의 핵심은 운동선수를 다시 필드로 복귀시키는 데에 있다. 단순히 찢어지고 상처난 부위를 봉합하는 것을 넘어 선수의 전성기 기량을 만들어주는 것이 운동선수를 치료하는 의사가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대학병원에서 임상강사를 했어요. 미국 프로야구 구단인 뉴욕 양키스 선수들의 진료를 전담하는 병원이었죠. 그곳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선수들이 진료받는 광경을 접했어요. 스포츠의학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때였어요. 몸값이 1000억원인 선수를 보면서 ‘아 저런 선수들이 부상입었을 때 치료해줘 필드에서 전성기 기량을 계속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굉장히 뿌듯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부담이 큰 만큼 보람도 클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국내에서 스포츠의학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학문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아들을 보면서도 아버지인 이도영 이사장은 언제나 아들이 선택하는 것에 대해 믿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상훈 원장은 2009년 국내로 돌아와 운동선수들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으려던 프로 여자배구 선수 몇 명을 치료했는데, 모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 후로 입소문이 나 치료받은 선수들의 친구가 오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팀 전체가 진료를 보러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배드민턴 선수들까지 진료를 보고 지금은 프로야구 구단인 기아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수석 팀닥터를 맡고 있다. 현재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기아 타이거즈 양현종 선수 등 여러 선수가 이 원장의 치료를 받아 필드에 복귀했다. 이 원장은 현재 4개 프로야구팀의 신인선수 메디컬 테스트를 맡고 있으며, 매년 200명 이상의 프로야구 선수를 치료하고 있다.
이상훈 원장의 앞으로 계획은 병원을 ‘스포츠의학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스포츠 학문을 정립해 국내 스포츠의학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특히 야구 투수가 어깨를 최대한 다치지 않고 빠른 공을 오랫동안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아버지는 무릎관절 전문, 아들은 어깨 전문
“지금 병원에 동작분석실을 만들고 있어요. 실제 야구 필드에서 선수에게 일어나는 움직임을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투수에게 주기적으로 공을 던지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깨 상태가 위험한 정도의 수치가 나오면 선수를 쉬게 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몸 상태를 다시 회복하는 거죠. 제대로 프로그램이 실현된다면 부상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깨를 오랫동안 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고교 선수들부터 적용하면 아마 세계적인 선수도 나오겠죠.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더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할 계획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길을 가고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을까. 이도영 이사장은 “서로 믿고 환자의 상태와 문제점에 대해 같이 상의할 수 있어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를 두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불편한 점이 없냐는 질문에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도영 이사장은 아직도 자신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 아들에게 병원경영을 일임하고도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스포츠의학을 중점적으로 진료하지만, 일반인 환자들도 많이 찾아온다. 이도영 이사장의 전문진료 부위는 무릎이다. 퇴행성관절염이나 골절 등 무릎관절에 손상을 입어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아들 이상훈 원장은 어깨를 전문적으로 치료한다. 스포츠 손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회전근개파열뿐 아니라 오십견, 석회화건염, 어깨충돌증후군 같은 퇴행성 어깨질환 환자를 주로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