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항암제의 등장, 암 정복 시기 한발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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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혈액종양클리닉 윤탁 교수
암 조기검진에 대한 국민 인식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모양, 성장 행태가 달라서 어떤 암의 경우 조기 검진을 통해 발견될 확률이 높다. 발견이 빠를수록 치료 예후가 좋아 5년 혹은 10년 생존율도 높아진다. 이러한 결과는 암 관련 통계에서도 눈에 띄게 찾을 수 있다.

 ‘변종세포’라는 암(癌)의 사전적 의미대로, 운 좋게 일찍 발견해 재빨리 손을 쓸 수 있다면 모를까, 암이 언제, 어떤 사람에게서 발견될 지, 어디로 전이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발견이 늦어져 온 몸에 암이 퍼지고 나면 속수무책이다. 예측이 안 되는 암. 그래서 암은 어려운 것이다. 

암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통계가 있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여성 사망 원인 1위는 다름 아닌 폐암이었다. 여성암의 대표 주자인 유방암과 다분히 한국적인 암인 위암이 아니라는 사실이 의외다. 담배를 피우는 남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폐암이 여성의 생명을 노리는 첫 번째 요인이라니. 원인 규명을 놓고 많은 주장이 있었다. 이런 배경 탓에 폐암 진단을 받은 여성들은 의외성에 억울해하고 비예측성 때문에 좌절한다.

발달한 의료 기술은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할 수도, 태어난 아기가 앞으로 어떤 암에 취약할 지를 알 수도 있지만, 여전히 암은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 적이다. 암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거나 병기에 상관없이 완치시키는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늘 변화무쌍하며 항암제들을 ‘내성’이라는 이름으로 무력하게 만든다. 이에 질세라 인간은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한 항암제를 개발하고 더 세심한 수술로 암을 무력화시키려 한다. 의료 기술과 암세포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암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는 항암제 개발, 발전의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1940년대 첫 선을 보인 항암제는 암이 인간에게 주는 공포에 비례해 매우 강력했다. 그 강력함은 암세포만을 공격하지 않고 정상 세포도 함께 공격하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에서 골수 독성, 구토와 오한, 설사, 식욕부진, 탈모와 같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들이 있었다. 
2000년대 소개된 2세대 항암제는 ‘표적치료제’로 더 유명하다. 특정 표적인자를 가진 암 세포만 공격하게 만들어진 일종의 유도 미사일이다. 표적항암제의 출연은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가 학교도 다니고 직장도 다니는 등 정상 생활을 가능하게 했다. 표적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도 드라마틱해 관련 학회나 언론에서는 앞다퉈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표적 항암제에도 한계는 있다. 효과를 나타내는 특정 암종의 범위가 작다는 것과 투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성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아 벽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최근 소개된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그래서 더 반갑고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면역항암제의 적용 시스템은 우리 몸 속 면역세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 암 세포와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게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인체 내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하는 치료법이라 그 혁신성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항(抗)PD-1 면역항암제(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성분)는 2013년 사이언스誌에 ‘올해의 연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해 FDA 승인에 이어 식약처에서도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더불어 비소세포폐암과 위암을 비롯한 30여 종의 암에 관한 임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1세대 항암제와 2세대 항암제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면역항암제가 선사할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마음을 모아 기적을 기다린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은 삶에 대한 의지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혁신적인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암을 치료하는 데에 보다 많은 무기를 갖게 되었고, 암 환자들에게 이런 새로운 무기가 또 다른 기회를 주리라 믿는다. 이제 다시 기적의 드라마를 시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