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난임, 집에서 간편하게 체크한다

입력 2015.03.17 04:00

버지니아대 존 허 교수 '스펌 체크' 개발
정자 속 단백질 농도 측정해 數 유추
정확도 98%… 30분이면 결과 나와

피임을 하지 않고 부부 관계를 1년 동안 했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난임(難姙)'이라고 한다. 난임의 40% 정도는 남성에게 원인이 있는데, 정자 수가 적거나 모양이 이상하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등 정자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남성 난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정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 연구에 따르면 1940년대 정자 수는 정액 1mL당 1억 마리가 넘었는데, 1990년에는 660만 마리로 50년 새 60% 정도로 줄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정자 수 감소는 난임과 불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스펌(정자) 체크를 이용하면 임신이 가능한 수준으로 정자 수가 있는지 자가진단해 볼 수 있다.
스펌(정자) 체크를 이용하면 임신이 가능한 수준으로 정자 수가 있는지 자가진단해 볼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만6496명이었던 난임치료 남성의 수가 2012년 4만1407명으로 연평균 11.8%씩 늘었다.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남성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난임 클리닉은 남성들이 쉽게 찾기 어려운 곳이다.

◇집에서 30분이면 정자 수 알 수 있어

집에서 간편하게 정자 수를 체크하는 의료 기기가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미국 버지니아대 분자생물학 및 비뇨기과 소속의 존 허 교수가 개발한 '스펌(정자) 체크'다. 오직 성숙한 정자에만 존재하는 'SP10'이라는 단백질의 농도를 측정해 정자 수를 유추하는 방식이다. 여성용 임신 테스트기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사용법도 간단하다. 이 기기는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전용 용기에 정액을 담은 후 20분 정도 그대로 두면 정액의 점성이 없어지는데, 여기에 특수 용액을 섞어 테스트기에 몇 방울 떨어뜨린 후 약 7분 정도 그대로 두면 임신 테스트기과 비슷하게 줄이 생긴다. 줄이 두 개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임신 가능한 정자 수인 정액 1mL당 2000만 마리 이상이라는 뜻이고, 한 개면 2000만 마리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업체측에 따르면 정확도는 98%에 이른다. 다만 정자의 수를 예측할 수 있을 뿐 정자의 모양이나 활동성 등은 알 수 없다.

◇정자 수 적으면 의학적 도움이 해법

측정 결과, 정액 1mL당 정자 수가 2000만 마리 미만이라고 해도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임 남성의 10% 정도는 정액 1mL당 정자 수가 2000만 마리 이하다. 이런 경우라면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다. 남성 불임의 95% 이상은 치료가 가능하다. 정계정맥류(고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 정관폐색(정자의 이동 경로가 막혀 있는 것) 등은 정자의 이동 통로를 뚫어주는 수술로 해결하고, 정자가 잘 안 생기면 호르몬 치료를 한다. 인공수정 기법이 발달해 50만 마리 이하라도 난자에 직접 찔러 넣어 수정을 시킬 수 있다.

성공적인 임신을 위해서는 정자의 수를 늘리고 질을 좋게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전자파, 환경호르몬,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은 피하는 게 좋다. 고환의 온도를 높이는 자전거타기, 꽉 끼는 바지 입기 등은 피해야 할 습관이다. 정자 원료인 아연, 단백질, 비타민A 등도 챙겨 먹어야 한다. 이성원 교수는 "3개월 이상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정자가 세포분열을 통해 성숙한 상태로 자라는 데 이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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