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광활함에 프랑스식 감성이 절묘하게 더해진 퀘벡이 존재하니….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북미의 파리’ 퀘벡주 몬트리올 여행.
퀘벡 여행을 준비하는 내내 밀려오는 궁금증을 주체할 수 없었다. 캐나다에서 굳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프랑스식으로 사고하는 지역이라니…. 캐나다를 생각할 때마다 로키산맥의 웅장한 풍광과 나이아가라폭포의 흥분을 떠올리는 여행자들에겐 그야말로 미지의 땅인 셈이다. 게다가 몬트리올이라니. 국내에서 본 공연 덕에 열렬한 팬이 된 <태양의 서커스>가 뜨겁게 숨 쉬고 있는 도시, 매년 여름 비행기 티켓을 끊어 날아가고 싶게 만들던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 프레디 머큐리의 전설적인 라이브 앨범 <퀸 록 몬트리올>을 통해 막연한 동경을 품게 했던 바로 그 도시!
잘 알려진 대로 퀘벡은 100년 넘게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주민의 4분의 3이 프랑스계이고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인구의 95% 가 프랑스어로 소통하고있다. TV 뉴스, 도로표지판, 간판과 메뉴 모두 프랑스어다. 이쯤 되면 여기가 캐나다인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만 캐나다 연방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1995년 치른 주민투표는 단 1% 차이로 부결됐다. 얼마 전 스코틀랜드가 그랬듯, 퀘벡 사람들은 여전히 프랑스가 아니라 캐나다에 속해 있기 원한 것이다. 그럼에도 퀘벡을 왜 ‘북미의 프랑스’라 부르는지는, 단순히 언어를 넘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때 좀더 명확해진다. 결혼 후에도 남편 성이 아니라 자신의 성을 사용하고, 캐나다 최초로 동성결혼을 인정했으며, 길을 걷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봉주르~”하고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DNA는 프랑스에 좀더 가까울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들이 대부분 그렇듯 몬트리올 역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함께 품고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지역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정이 되는데, 우선 세인트로렌스강 옆에 자리 잡은 구시가지부터 산책하는 것이 좋다. 세인트로렌스강을 따라 12.5㎞ 정도 이어지는 ‘올드 포트(Old Port)’는 산책로와 잔디광장이 어우러진 훌륭한 휴식처다. 소풍과 사이클링을 즐기는 건 물론 보트와 페리, 관광 마차 등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올드 포트 옆으로는 파리의 몽마르트를 연상케 하는 자크 카르티에 광장이 이어진다. 식민지풍의 석조 건물에 우아하게 자리 잡은 레스토랑과 갤러리,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랑스런 노천카페들이 즐비한 곳으로 온종일 거리의 악사들과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셀린 디온이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롯해 바로크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시청사 등 유명 스폿을 천천히 걸으며 깨알같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고 평화롭다.
삶을 돌아보는 순간, 여행이 주는 진짜 선물
한편 몬트리올에는 반드시 가봐야 할 두 개의 성당이 있다. 예배당에 들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꿔놓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니 종교가 다르더라도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 구시가지 한복판에 있는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먼저다. 아름다운 쌍둥이 탑 사이로 나있는 육중한 문을 밀고 들어서면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에 숨이 턱 막혀온다. 1800년대 네오고딕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겹겹의 아치는 황홀한 장엄미를 뿜어내고, 몬트리올 출신의 조각가 찰스 도들린이 만든 제단 조각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 넋을 잃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신비한 빛의 향연 때문일까.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찬란한 빛과 입구의 바닥부터 정면의 제단까지 기묘하게 이어지는 코발트빛은 이곳이 하늘과 가까운 곳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세계 최대로 꼽힌다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게 된다면 행운이다. 천국의 노래를 잠시 감상할 수 있으니까.
몬트리올의 진짜 매력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무심코 걸을 때 발견된다.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것이야말로 이 도시의 미덕. 자그마치 400년이 됐다는 벽화(퀘벡에서는 너무 추워서 창을 아예 내지 않은 북쪽 벽면을 장식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벽화를 그려 넣었다)에 감탄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반대편 지하 클럽에서 퀘벡 출신의 세계적인 DJ들이 쉴 새 없이 비트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백화점과 갤러리 등이 밀집한 다운타운의 쇼핑 천국을 누비다가도 골목 하나만 벗어나면 독특한 부티크들이 즐비한 빈티지 거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옛것과 새것, 전통과 현대가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공존하는 생경한 풍경이다.
그렇다고 답답한 지하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치밀하게 설계된 지하도시는 천장이 높아 오히려 속이 탁 트이고, 뛰어난 환기와 채광 시스템 덕분에 조금도 답답하지 않다. 이쯤 되면 “몬트리올에는 지상과 지하로 나뉜 두 개의 도시가 있다”는 현지인들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누가 캐나다를 맛없는 나라라고 했던가. 잘 구운 크루아상 모양을 한 몬트리올은 캐나다에서 가장 식도락이 발달된 도시 중 하나다.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는 캐나다 특유의 식문화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요리법이 더해져 그야말로 캐나다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무려 6000개가 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미슐랭이 극찬하는 고품격 레스토랑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기는 길거리 음식까지 온갖 먹거리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북미에서 뉴욕 다음으로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덕분에 특유의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 5년만 있으면 ‘100년 식당’의 위엄을 갖게 되는 ‘생 비아터(St. Viateur)’는 옛날식 화덕에서 구워내 담백하고 쫄깃한 정통 베이글을 맛볼 수 있는데, 한국의 커피전문점에서 끼워 파는 베이글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금방 구워낸 베이글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유대인들도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간다는 ‘슈와츠(Schwartz’s)’의 훈제 쇠고기 샌드위치를 먹으려면 30분 이상 줄을 서는 건 기본이다. 풍미를 살려 훈제한 뒤 얇게 썬 고기를 도톰한 빵 사이에 인심 좋게 끼워주는 샌드위치는 그야말로 별미. 직접 담그는 고추피클 한 쪽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자, 캐나다에 이토록 멋진 도시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한 가지 더욱 매력적인 사실은 몬트리올에선 1년 내내 축제가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매년 여름 열리는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은 전 세계에서 2000여 명의 음악가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축제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축제 기간에는 시내 곳곳에서 수준 높은 야외 콘서트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1200여 가지의 코미디 쇼가 열리는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은 어떤가. 전 세계 코미디언들이 찾아와 도시 전체를 웃음으로 물들인다. 게다가 겨울의 축제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단언컨대 언제 가도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