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근로자 건강 돌보는 마음 예쁜 사람들

남녀 고교생·의사·외국인까지

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외국인 10여 명이 당구를 치고, 안마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외국의 어느 휴일 풍경이 아니다. 열린의사회가 주최하는 ‘화성 외국인센터 의료봉사’ 현장에 검진을 받기 위해 모인 외국인 모습이다. 이방인의 설움을 곱씹으며 국내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모인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봉사합니다”

이미지
봉사자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증상에 대해 묻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외국인복지센터 3층에는 연두색 조끼를 입은 봉사자 3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10분가량 짧은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며 함께 활동할 봉사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환한 미소로 서로에게 인사했다. 열린의사회 소속으로 10년째 봉사활동하고 있는 안양시의사회 양훈진 정보이사(이화미즈산부인과 원장)는 “여기 자원봉사자들은 다 예뻐요. 다들 좋은 마음으로 밝게 봉사하다 보니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지요”라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의 말처럼 모두 예쁘게 보였다. 아직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인데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아름답고 따뜻한 미소가 만개해 있었다. 그들의 미소는 의료봉사가 시작되자 더욱 밝게 빛났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봉사자들은 1층 접수처에서 주춤거리며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먼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3층 진료실로 외국인 근로자가 진료 차트를 들고 올라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가 맞이했다. 말이 통하지 않고, 나이 차도 많이 나지만 그들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봉사자들은 의사 소통이 불편해도, 그들과 눈을 맞추고 손짓해 가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미지
좌측)봉사자가 외국인 근로자의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우측)외국인 근로자들이 화성 외국인복지센터에서 의료검진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열린의사회 이전규 간사에 따르면 화성 외국인센터 의료봉사는 2012년 가을부터 두달에 한 번씩 열린다. 화성에는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봉사를 다른 지역보다 자주하는 편이다. 이 간사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화성 외국인센터 의료봉사 때마다 약 10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진료를 받는다.

노란 진료카드 파일을 들고 서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살피던 중 그들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 외국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통역봉사자로 참여한 방글라데시 출신 이성민(한국명)씨였다. 17년 전,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들어온 이씨는 4년째 이곳에서 통역봉사를 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받은 도움을 다시 베풀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진료받기 위해 센터를 찾은 외국인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출신이다. 그들에겐 이씨가 없어서는 안 될 ‘소통창구’다.
이씨는 “외국인 근로자는 일하는 시간이 길어 제때 병원을 찾기 어렵고, 보험 등의 문제로 병원의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의료봉사는 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의료에 관심 생겨 간호학과 입학한 고교생

 

이미지
열린의사회 소속 의료진 봉사자가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봉사활동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은 봉사자도 있다. 고3인 오승호군이다. 오군이 3년 전 열린의사회 의료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기쁨을 느꼈어요.”

오군은 “저는 단지 하루를 투자할 뿐이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에겐 오늘 하루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날”이라며 “학생이라 기부할 돈은 없지만 봉사를 통해, 마음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군은 봉사활동하면서 의료계에 관심이 생겼고, 이번 대학입시에서 간호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다양한 연령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봉사자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단어는 ‘행복’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봉사활동을 누군가를 돕기 위해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자신이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었다. 그들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알고, 그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열린의사회 봉사에 참여하려면
열린의사회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려면 열린의사회 홈페이지(www.opendrs.or.kr)에 가입한 뒤 봉사 신청을 하면 된다. 봉사자 선발은 열린의사회 회원 및 회비납부 여부, 국내 및 해외 봉사 참가 경력, 최근 봉사참가 이력, 지역 인접성 등 열린의사회 내부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의료진 뿐 아니라 일반 봉사자도 참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