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不老草(불로초)? 해외서 수천만원 '줄기세포 주사' 맞는다는데…

입력 2014.12.10 09:09

[불법 '줄기세포 혈관주사' 늘어]

"난치성 질환에 효과" 기대감 커져
무허가 업체, 日·中 원정시술 유혹… 효과 확실치 않고 부작용 사례도
국내선 크론병 등 4개 질병만 허용

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5년 전부터 1년에 3~4차례 일본 오사카에 가서 줄기세포 혈관주사를 맞고 온다. 10년 전 이름 모를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뒤 간·췌장·피부·혈관 염증과 통증이 심해 회사 경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지만,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제)은 소용이 없었다. 약 용량을 늘렸더니 오히려 당뇨병·골다공증 같은 부작용만 생겼다. 그러다가 지인으로부터 줄기세포 혈관주사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약 1억 원을 내고 지금까지 주사를 맞고 있다. 김씨는 "처음 세 번까지는 몸이 좋아진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염증·통증이 줄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만큼 몸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日·中서 高價의 줄기세포 주사 맞아

최근 건강을 위해 일본·중국까지 가서 수천만~수억 원을 들여 줄기세포 혈관주사를 맞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여러 난치성 질환에 줄기세포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부터다. 줄기세포 치료가 심근경색·뇌졸중은 물론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척수손상, 췌장염, 간부전, 궤양성 대장염, 당뇨병, 성기능장애 등 많은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효능·안전성을 입증 받아 국내 의약품으로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4개(심근경색·무릎연골손상·크론병·루게릭병 치료제)에 불과하다.

고농도로 배양한 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입하는 모습.
일본·중국까지 가서 불법으로‘줄기세포 혈관주사’를 맞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고농도로 배양한 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입하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현재 국내에서 의사 판단에 따라 항노화, 질병 개선 등의 목적으로 혈관 주사로 맞을 수 있는 합법적 의약품은 1개(심근경색 치료제)인데, 1회 주사 비용이 약 2000만원이다. 나머지 3개의 치료제는 손상된 장기에만 주입해 치료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무허가 업체가 평생 줄기세포 주사를 맞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일본 오사카·후쿠오카, 중국 상하이·하얼빈으로 환자들을 수십 명씩 데려가고 있다. 김씨도 "일본까지 가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비용을 내고 합법적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효과 있다" "효과 불분명" 논란

국내에서도 일부 병의원에서 줄기세포 혈관주사를 놔주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혈관주사 효과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뉜다. 더맑은내과 박민선 원장은 "이미 심근경색 등의 치료 효과가 밝혀진 것처럼, 체내 손상된 조직에 직접 주입하거나 혈액을 통해 주입하면 줄기세포가 손상된 부위를 치유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 자신과 그의 환자 몇 명도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안전성이 검증된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한다면 의사의 판단에 따라 줄기세포 주사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는 "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입하면 실제로 몸 안에서 어떤 세포가 어떻게 분화해 효과를 내는지 거의 알려진 게 없다"며 "효과가 확실치 않은 치료를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 가면서 맞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금까지 특정 줄기세포에서 효능을 인정받은 병은 심근경색·무릎연골손상·크론병·루게릭병 등 4가지뿐"이라며 "다른 병에서는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나 자주 맞아야 효과가 있는지 아직 기준이 없고, 효과도 객관적인 검사로 측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혈관주사 치료 과정.
◇폐혈관 막힌 부작용 사례도

의료계에는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넣는 것이므로 부작용 걱정 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 더 많다. 하지만 줄기세포 주사가 100% 안전하다고 믿어서는 안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사한 뒤 혈전에 의해 폐혈관이 막혀 쇼크에 빠지는 폐색전증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팀에 따르면 줄기세포 혈관주사를 3~5차례 맞은 후 폐색전증으로 병원에 온 한 가족 3명의 사례가 있다.

박민선 원장은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면 의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시도하고 치료 후 모니터링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혈관주사

엉덩이뼈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실험실에서 약 100배 배양한 다음 정맥에 주입하는 것이다. 손상된 세포를 정상세포로 재생시키는 줄기세포의 특성에 따라, 고농도의 줄기세포를 혈액으로 주입하면 온 몸을 돌면서 아픈 곳으로 가서 치유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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