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개선하기 위해 수술을 꼭 해야 할까?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치료만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2000년대 초반 국내에 고도비만수술이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비만을 수술로 치료한다면 유난스럽고 이상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아직도 비만을 수술로 치료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거듭되는 논란 속에서도 고도비만수술은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세계당뇨협회와 대한비만학회 등 전문가 단체에서 초고도비만의 수술치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최근에는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고도비만수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의료진이 쌓아 온 10여 년간의 활발한 임상연구와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 그리고 묵묵한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 중심에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가 있다. 2009년 외과 김용진 교수를 주축으로 설립돼 지금은 국내외 고도비만수술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센터는 센터장 김용진 교수를 비롯해 외과 전문의 1명, 간호사 1명, 영양사 1명이 팀을이루고 있다. 센터 개소 후 5년 동안 김용진 교수는 800여 건의 고도비만수술을 집도했는데, 이는 국내 대학병원 중 최다수술 건수다. 이 센터는 고도비만의 다양한 수술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위우회술’을 많이 시행한다. 식사하면 음식물은 위-십이지장-소장-대장 순으로 내려가면서 소화 흡수가 이뤄진다. 위우회술을 하면 위가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소장으로 바로 연결된다. 따라서, 십이지장은 음식물의 흡수를 돕는데, 이 수술을 받으면 음식물이 위에서 바로 소장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체내 흡수량이 줄어든다. 또 위를 일부 절제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절대량도 줄어든다. 특히 이 치료법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제2형 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이다. 인크레틴은 입으로 섭취한 영양소에 반응해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음식물이 소장 아래 정도에 도착했을 때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면서 식욕을 억제시킨다. 그런데 위우회술 환자의 경우 음식물이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소장 아래쪽까지 빨리 도달하기 때문에식욕이 일찍 억제되고, 인슐린 분비가 잘 이뤄진다.
◇ 수술 후 영양관리와 주치의 직접 상담까지
만성질환자가 고도비만수술을 받고 나면 영양관리가 필수다. 고도비만센터에서는 전담 영양사가 환자와 일대일로 영양상담을 해 준다. 영양상담은 수술 후 3주일, 3개월, 6개월에 걸쳐 이뤄진다. 고도비만 수술은 위를 절제하거나 장기의 위치를 바꾸는 수술이라 부드러운 음식에서 단단한 음식을 단계적으로 섭취해야 후유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 6주까지는 연두부, 두유, 게살수프 같은 넘기기 편한 음식을 먹는다. 위 크기가 작아져 딱딱한 음식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음식물이 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 영양상담뿐만 아니라 의사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이 센터의 장점이다. 김용진 교수는 환자에게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교수로 유명하다. 수술 후 환자가 몸에 이상을 느끼면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도 바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 이외에도 김용진 교수는 이메일 주소도 공개해 실시간으로 환자와 소통하고 있다.
고도비만은 성인이 돼서 갑자기 나타나기보다 청소년기 때부터 발현요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를 미리 발견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 센터를 방문하는 환자 중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청소년이 꽤 있다. 연 평균 30여 명의 청소년 환자가 이곳을 찾는다. 김용진 교수는 고도비만 청소년들에게는 대체로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기 전에 식습관만 교정해도 고도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청소년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영양상담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청소년이라도 체질량지수가 40을 넘거나 성인병이 이미 발병해 치료가 필요하면 수술을 한다. 청소년 고도비만 환자는 수술하기 전에 성장판 검사와 비만유전자검사를 하는데, 비만유전자 검사는 선천적으로 살이 찌는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다. 청소년 환자에게는 성인에게 시술하는 위우회술보다는 위절제술을 더 많이 시행한다.
2011년 뉴질랜드의 여성이 고도비만수술센터를 찾아왔다. 당시 키 176cm에 몸무게 226kg인 초고도비만 상태였고, 뉴질랜드에서 수술을 포기한 상태였다. 비만도 문제였지만, 당뇨병이 심해 인슐린 주사를 하루 세 번 맞고 있었고,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합병증까지 앓고 있었다. 이 여성은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를 소개받아 찾아왔고, 김용진 교수팀은 위절제술과 위우회술을 함께 시행했다. 수술 결과는 김용진 교수가 이 환자에게서 “You did it!(당신은 해냈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3년이 지난 현재 이 여성은 몸무게 80kg를 유지하고 있으며, 당뇨병과 고혈압도 사라졌다. 이 사례가 언론에 소개되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고도비만환자들이 이 센터를 찾고 있다. 현재 연 평균 350명 정도의 환자가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를 방문하는데, 이 중 10%는 한국 거주 외국인이 아닌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환자이다.
◇ 수술 후 변화된 몸 새롭게 변화된 삶 이끌어
이 센터는 단순히 환자의 신체적 비만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실제로 2011년에는 수술 후 환자 모임을 결성해 저칼로리 식단을 소개하는 쿠킹클래스를 열었고, 영양사가 정기적으로 수술 후 환자가 섭취해야 할 바람직한 식단에 대해 설명하는 교육도 진행했다.
현재는 병원의 사회사업실, 서울시와 협력해 비만환자들의 직업재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가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하는것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대표적으로, 메이크업 강의와 패션 강의 등을 열어서 호응을 얻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사회사업팀은 고도비만으로 고통받는 환자 중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술비를 댈 수 없는 환자의 수술비를 일부 지원해 준다. 수술 후 심리상담도 무료로 제공해 수술 후 환자의 심리상태를 꼼꼼하게 관리한다.
“센터는 고도비만환자에게 수술을 통해 살을 빼게 해주는 것 뿐 아니라 날씬하고 건강해진 몸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