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증상에 설사 없으면 '위궤양' 의심해야

둔감한 복부, 통증은 '위험 신호'… 장폐색, 오심·쥐어짜는 고통 느껴

주부 김모(54·서울 영등포구)씨는 얼마 전 식사 후 배가 살살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증상이 며칠 계속됐는데도 소화제만 먹었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김씨는 결국 칼에 찔린 듯한 극심한 복통으로 한밤중에 응급실에 갔다. 김씨의 복통 원인은 소화불량이 아닌 게실염(대장벽의 일부가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병)이었다. 초기에 발견했다면 항생제 치료만으로 나을 수 있었지만, 김씨는 병을 방치했다가 복막염 수술까지 받았다.

복부에는 위·장·간 등 중요한 장기가 모여 있기 때문에 김씨처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는 "복부의 내장기관은 통증을 느끼는 감각신경이 아예 없거나 둔감하기 때문에, 복통을 느낀다면 이미 치료 시기가 늦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복통 부위·증상 별로 의심해볼 수 있는 응급 질환을 알아본다.

◇왼쪽 윗배: 쥐어짜는 듯한 통증

위궤양이 의심된다. 현기증과 구토를 동반하기 때문에 식중독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위궤양으로 인한 복통은 설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위궤양이 의심되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백일현 교수는 "진경제(경련을 멈추게 하는 약)로 통증을 조절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항궤양제(궤양을 없애는 약)를 8주 정도 복용하면 된다"며 "위 천공(구멍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봉합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통 위치별 의심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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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윗배: 쿡쿡 찌르는 느낌

담석 등으로 인해 담관이 막혀 생기는 담낭염일 수 있다. 염증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복통이 생긴다. 고열과 구토를 동반한다. 복통이 시작되고 12시간 안에는 담낭 제거 수술을 받는 게 좋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담낭이 파열돼 복막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때는 개복 수술을 받아야 한다.

◇오른쪽 아랫배: 칼로 찌르는 느낌

충수돌기염(급성맹장염) 또는 게실염일 수 있다. 충수돌기염은 처음에는 윗배나 배꼽 주변이 아프다가, 1~2일 지나면 서서히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간다. 게실염은 배에 묵직한 느낌이 있다가, 어느 순간 오른쪽 아랫배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정호 교수는 "충수돌기염은 놔두면 천공이나 복막염 위험이 커지므로 가능하면 빨리 충수돌기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며 "게실염은 항생제 치료로 대부분 낫지만, 같은 부위에 염증이 반복되면 천공·복막염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한 번에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부 전체: 쥐어짜는 듯한 통증

통증 부위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5~15분 간격으로 배를 쥐어짜는 느낌이 들면 장폐색(장이 막힌 상태)일 수 있다. 오심·구토·복부 팽만감 등이 있고, 변비나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대장암·장결핵·크론병이 원인인 협착성 장폐색과 연동운동이 잘 안돼서 생기는 마비성 장폐색이 있다. 협착성 장폐색은 장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마비성 장폐색은 3일 이상 금식을 하면서 포도당 주사를 맞으면 낫는다.

◇옆구리: 쑤시는 느낌

급성 신우신염(신장이 세균에 감염되는 병)이나 요로결석일 수 있다. 급성 신우신염은 40도에 가까운 고열을 동반하고, 주먹으로 옆구리와 등을 치면 특히 더 아프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패혈증(전신에 염증 반응이 생기는 것)이 올 수 있다.

요로결석으로 인한 통증은 옆구리가 쿡쿡 쑤시고,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고환 쪽으로 옮겨간다. 가만히 있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응급실에 가면 물을 많이 마시게 해서 결석이 빠져나오도록 유도한다. 블루비뇨기과 이상훈 원장은 "이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초음파를 이용해 요로결석을 부수는 시술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