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story | 고혈압·당뇨병 약] 의사는 과잉진단, 환자는 약 의존… 선입관 바꾸면 약 끊을 수 있다

입력 2013.05.22 08:30

혈압·당뇨 오진율 10% 수준
환자 60%가 매일 약 복용… '평생 약 먹는다' 생각 버려야

국내 고혈압, 당뇨병 유발률 그래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고혈압은 만 30세 이상 10명 중 3명, 당뇨병은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국민 질병'이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과잉진단으로 만성 질환자가 된 경우다. 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박창규 교수는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 중 10% 이상이 잘못된 진단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허내과의원 허갑범 원장은 "당뇨병 오진율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없지만 이보다 조금 낮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병원이 아닌 병·의원 의사들은 환자가 나이가 좀 많고 당장 혈압·혈당 측정치가 높으면 의례적으로 만성질환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김모(45)씨도 그런 경우다. 김씨는 2011년 업무상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동네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혈압이 145/92mmHg로 높게 나오자 의사는 "그 전에 혈압이 높다는 얘기를 들어보셨나요?"라고 물었다. 김씨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의사는 곧바로 약을 처방했다. 김씨는 6개월간 약을 먹다가 끊었는데, 그래도 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후 대학병원 정밀검사(24시간 혈압측정)에서 김씨는 정상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동네 병원 검사 당시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랐을 뿐인데, 검사 수치와 간단한 문답만으로 고혈압 환자가 된 것이다.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상당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기보다 평생 약에 의존하려고 한다. 병원의 과잉 진단 때문에 필요 없이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단 초기에 적극적으로 생활 관리를 하면 약을 끊을 수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김광준 교수는 "나이가 들면 악화되는 고혈압은 방치 시 심장병·뇌졸중처럼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진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약도 큰 부작용이 없어 부담없이 처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58.9%, 당뇨병 환자의 66.3%가 매일 약을 먹고 있다.

환자 스스로도 '고혈압·당뇨병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는 선입관 탓에 약에 의존하고 있다. 생활습관을 바꿔 질병 원인을 없애려 노력하기보다는 약을 먹는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질병은 악화되고 약 의존도는 높아진다. 고혈압·당뇨병 약은 부작용이 적은 편이지만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고혈압, 당뇨병 진단 기준 표
10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모(60)씨는 의사에게서 "혈압이 많이 높지 않으니 술만 끊으면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술을 워낙 좋아해 끊을 수 없었다. 이씨는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건강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위안 삼았다. 그는 6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혈압도 계속 높아져 현재는 용량을 두배 높여 먹고 있다.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혈압·당뇨병 환자도 약을 끊을 수 있다. 초기에는 생활습관만 바꾸면 약을 아예 먹지 않아도 된다. 최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진단 기준도 까다롭게 세우고, 약 복용에 앞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처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적어도 3~4개월 정도는 병의 원인(비만, 과음, 식습관 등)을 파악하고 이를 교정하도록 유도하고, 정상으로 돌아오면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관리현황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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