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원인과 치료 가능성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것은 혈관에 칼슘이 쌓인 결과인데, 이제까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팀(조현주 박사-조현재 교수)은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가 혈관 석회화의 원인이며,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 내 PPARγ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면 혈관 석회화를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는 혈관 내 칼슘 침착을 촉진하는 조골세포(뼈의 형성 표면에 배열되어 뼈를 만드는 세포로 세포 밖으로 골질(骨質)을 분비하고 스스로는 골질에 싸여 골세포로 변함)나 칼슘 침착을 억제하는 파골세포(뼈를 녹이는 세포로 석회화한 연골과 골조직을 녹임)로 분화되기 전 단계의 세포로 골수에서 만들어 진다. 혈관 석회화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의 균형으로 조절된다.
김효수 교수팀은 실험용 생쥐의 동맥에서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를 분리한 후 줄기세포 표지자(Sca-1)와 항체(PDGFRa)의 유무(有無)에 따라 4 종류로 나누었다. 그 후 4 종류의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를 특정 실험 환경에서 배양한 후 혈관 내 칼슘을 분해하는 파골 세포로 얼마나 많이 분화 되는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 줄기세포 표지자만 발현하는 전구세포(Sca-1+/PDGFRa-)만이 파골세포로 분화됐다.
혈관 내 칼슘 분해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팀은 전구세포에 현재 임상적으로 허가돼 있는 당뇨병 약제를 이용해 PPARγ를 활성화했다. 그 결과 전구세포가 칼슘을 분해하는 파골세포로의 분화가 250% 이상 촉진됐다.
연구팀은 또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전구세포를 주입한 그룹(실험군1)과 같은 세포를 주입하고 당뇨병 약제를 이용해 PPARγ를 활성화한 그룹(실험군2)으로 나눈 후 CT 촬영을 해 혈관 내 석회화의 크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실험군2가 실험군1에 비해 칼슘 침착에 의한 석회화 크기가 2배 이상 작아졌다. 실험군1에서는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가 조골세포와 파골세포로 분화됐고, 조골세포에 의해 혈관에 쌓인 칼슘이 증가한 반면, 실험군2에서는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가 PPARγ의 활성화로 인해 대부분 파골세포로 분화돼 혈관에 쌓인 칼슘이 분해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골수로부터 유래된 특정 전구세포가 혈관 석회화를 조절하는 치료제로 적용될 수 있으며, 당뇨병 약제를 이용해 PPARγ를 활성화하면 동맥경화로 인해 딱딱해진 혈관을 부드럽게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효수 교수는 “Sca-1표지자만 발현된 혈관 석회화 전구세포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 양 방향으로 분화가 가능하며, 특정 약물에 의해 조골세포 대신 파골세포로의 분화가 촉진됨을 증명했다” 며 “이것은 혈관 석회화로 인해 딱딱해진 혈관을 부드럽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