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냐 생머리냐는 기온에 달려 있다

입력 2012.07.11 15:05
사진-조선일보DB
얼마 전 흥행했었던 영화 ‘러브픽션’에서 주인공 공효진은 일명 ‘겨털’을 길렀다. 알래스카처럼 추운 지방에서는 겨드랑이 털을 한 번도 깎지 않는다는 것. 논리는 제법 그럴 듯하지만, 여자가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것에 대해 우스꽝스럽게 비춰지는 한국에선 이해 못할 일이다.

그렇다면 무더운 지금, 겨드랑이 털을 길렀던 사람은 제모하면 체온이 내려갈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털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은 ‘겨울에 따뜻해서 좋겠다’는 농담반 진담반 소리를 듣게 되는데, 지금 우리 몸에 나는 털은 보온 역할을 한 지 매우 오래됐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털이 많은 동물이 겨울을 잘 견디는 것과 반대로 사람 몸에서 나는 털은 이미 체온 조절의 기능이 퇴화됐다”며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털은 호르몬의 영향을 보여주는 기능 정도로만 작용한다”고 말했다.

대신 털의 모양이 기온에 따라 변한다. 예를 들면, 더운 지방에는 곱슬머리가 많다. 머리 사이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돼 바람이 들어오면 머리 온도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추운 지방에는 생머리가 많아 머리카락이 얼굴에 착 달라붙어 공기층을 줄인다.
결론적으로, 평소 더위를 잘 탄다고 해서 제모를 하면 이론적으로는 ‘시원한 편’일지 모르나 별 차이 없을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