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심방세동
심방세동으로 혈전이 생겨 2년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모(46·인천 서구)씨는 혈액을 묽게 해주는 와파린을 쓰다가 와파린 부작용으로 뇌출혈이 생겼다. 이씨는 뇌출혈 치료를 마치고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에서 허벅지 혈관에 전극을 밀어 넣어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부위를 파괴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았다. 치료 후 심박동이 안정돼 와파린을 끊었다.
◇심장 안팎 지지는 전극도자절제술 개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이 최근 늘고 있다. 65세 이상 5%, 80세 이상 10~12% 정도로 나이가 많을수록 심방세동의 발병율이 올라가고, 국내 고혈압·당뇨병 등 심방세동을 유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의 유병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방세동은 부정맥제·항응고제(아스피린·와파린)를 복용하면서 체외 전기충격요법을 받는 것이 1차 치료법이다. 1년 치료율이 50% 미만에 불과하다. 이 치료에 효과가 없으면 2차 치료로 전극도자절제술을 하는데, 한 번 시술로 75%, 두번째 시술로 90%까지 완치한다.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는 최근 전극도자절제술을 할 때 심장에 구멍을 뚫어 심장 외벽의 이상 전기신호를 차단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심혈관센터 부정맥팀 김영훈 교수는 "보통 전극도자절제술은 심장 내벽의 이상 전기신호만 없애 심장 외벽에 생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심장 내벽과 외벽의 이상 전기신호를 같이 없애주면 가슴을 열지 않고도 개흉수술과 같은 높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5~10년간 심방세동이 있었거나 전극도자절제술로 효과가 없는 사람은 이 치료를 해 완치율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전극도자절제술 시 알코올을 주입하는 치료를 지난해 국내에 처음 도입해 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 김영훈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할 때 심방 혈액에 알코올을 주입하면 전기신호를 보내는 심장 세포가 죽기 때문에 심방 부위를 덜 지져도 되는 효과가 있다"며 "수술시간이 6~8시간에서 4~5시간으로 단축되고 심방세동 재발률도 1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 기기로 이상 부위만 최소 절제해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는 전극도자절제술을 할 때 전기신호의 흐름을 파악하는 첨단 영상·시술장비인 '카토'와 '네빅스'를 보유하고 있다. 카토는 빠르지만 규칙적인 심방세동, 네빅스는 불규칙한 심방세동의 전기 패턴을 정확히 찾아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두 기기를 도입한 병원은 국내 3~4곳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환자마다 이상 전기신호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맞춰 3차원 영상시스템을 선택해 쓴다"며 "이렇게 하면 정확한 전기 신호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부정맥이 나타나는 길목만 최소 절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병원 심혈관센터는 이들 기기에 연결해 심장이 보내는 전기신호를 기존 10개에서 20개까지 모아주는 최신 카테터(관)를 사용해 보다 정확한 시술을 한다. 김 교수는 "정상 심장 세포를 많이 제거하면 오히려 심장의 기능이 저하돼 심근경색·부정맥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최신 카테터를 쓰면 이상 전기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내 합병증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막힌 심혈관 90분 이내 뚫어 생존율 높여
이 병원 심혈관센터는 급성심근경색 치료 성적도 우수하다. 매년 3000건 이상의 혈관중재술을 하며, 심장 혈관이 막힌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90분 이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권장치료 시간은 120분이다. 심혈관센터 흉통클리닉 임도선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진단 후 30일 이내 생존지수는 보통 92.1이지만, 우리 병원 심혈관센터는 98.9에 달한다"며 "즉각적 치료를 위해 심근경색 표준진료지침을 만들어 사용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24시간 심장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능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심혈관센터는 지난해 심평원 평가에서 급성심근경색 진료 1등급 기관으로 선정됐다.
심완주 심혈관센터장은 "우리 센터에서 매년 발표하는 연구논문만 80편이고 이 가운데 70%가 SCI급 저널에 실린다"며 "일본·홍콩·인도·중국 등의 심장 전문의들이 의술을 배우러 온다"고 말했다. 이어 심완주 센터장은 "지난해 심혈관센터를 확장 이전해 접수부터 진료, 검사까지 한 곳에서 하며, 심혈관 시술 환자만을 위한 전용 입원실을 마련해 신속하고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