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관장? 있지도 않은 숙변 제거하려다 대장만 다친다

입력 2011.11.09 09:08

대장 융모는 아주 미세해 변이 쌓일 수 없어
물리적·화학적 손상 위험, 대장 내 유익균 빠져나와 건강에도 좋지 않아

내시경으로 본 대장 내부. 대장은 융모가 아주 미세해 숙변이 생길 수 없다는 게 대장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직장인 이모(49·서울 서초구)씨는 "관장으로 숙변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약국에서 과산화수소용액을 구입해 직접 관장을 했다. 그런데 2시간 후부터 복통과 함께 20차례 혈변이 쏟아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씨는 1주일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 교수는 "이씨처럼 숙변 제거라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를 믿고 관장을 했다가 급성 대장염이 생기는 환자가 종종 있다"며 "관장은 병원에서도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므로 개인이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숙변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집에서 스스로 관장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숙변 제거가 목적이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양동훈 교수는 "숙변은 현대의학에서 인정하지 않는 개념으로, 일부 속설과 달리 대장 내에 숙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 교수는 "이른바 숙변이라는 것은 '대장 점막의 융모(털)에 쌓인 변'을 말하는데, 융모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볼 수 있을 만큼 미세해 변이 쌓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장융모의 길이는 1000분의 1㎜보다도 훨씬 짧다.

일반인이 집에서 관장을 하면 관장액을 넣는 도구인 주사기 등에 의한 물리적 손상이나, 고온의 관장액에 따르는 열손상, 관장액 자체에 의한 화학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양동훈 교수는 "병원에서 하는 장세척도 기계를 사용하면 대장이 물리적으로 손상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부분 전문의약품인 장세척용 알약을 항문으로 삽입해 세척한다"고 말했다.

만성 변비·간성혼수 등에만 시행

의학적으로 관장은 일부 수술시 전신 마취 전 또는 만성변비 치료 등의 목적으로만 시행한다. 관장을 하면 정상적인 장운동 능력이 감퇴하고, 대장 내의 유익균이 빠져나와 건강에 좋지 않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도 만성 변비의 경우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김 교수는 "약물치료가 듣지 않는 환자에 한해서 관장을 해서 인위적으로 변을 빼낸다"고 말했다. 주로 배변 횟수가 주 1회 이하인 환자에게 시술한다. 간경화 등으로 인한 간성혼수 때문에 배변이 안 되는 환자의 경우, 몸 안에 쌓인 암모니아를 제거하기 위해 락툴로스 성분을 넣어 장을 세척한다. 한편, 설사가 극심한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는 관장을 하는 방식으로 대장 점막에 스테로이드 성분을 발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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