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흔히 열리는 장터. 파는 물품은 새 옷, 새 가방도 아닌데 무척 인기다. 게다가 신선한 재료로 만든 먹을거리가 주민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한쪽에는 주민 노래자랑이 열리거나 아이들이 직접 물건을 팔고 있다. ‘자원 재활용’을 주제로 서울 곳곳에 열리는 녹색장터의 모습이다. 새로운 주인을 찾으려는 많은 물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도시 아파트의 풍경같지 않은 아파트 장터에 찾아가 봤다.
#1 녹색장터는 무엇일까?
외국에는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을 거리에 진열해 파는 ‘벼룩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캐나다 등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데, 집 앞에서 물건을 파는 ‘게러지 세일’, ‘야드 세일’ 등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장터가 사람들의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중고물품을 사고 팔아 쓰레기의 오염을 줄이는 에코라이프의 일환이며, 이웃과 만남을 갖는만남의 장터다. 서울시에서는 ‘자치구 장터’, ‘위아자 장터’ 등 대규모 나눔장터를 개최해 왔다. 대규모 장터의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많은 사람이 집 근처에 물건을 교환.구매하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의견을 나타냈다.
또한 80% 넘는 응답자가 집 근처에서 나눔장터를 한다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만족도 조사를 기반으로 2010년, 접근성 문제를 개선해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작게 혹은 크게 녹색장터를 열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시범실시되었고, 6월부터 500세대 이상 아파트를 시작으로 점점 활성화되는 추세다. 현재 녹색장터는 부녀회 등 주민단체가 운영하는 아파트 녹색장터, 위스타트 운동본부와 녹색가게가 운영하는 특화장터, 그린캠퍼스협회에서 운영하는 대학교 녹색장터 등 200여 개 장터가 운영 중이다.
장터 기획은 주민 스스로!
학창 시절 축제를 기획.담당한 사람은 선생님이 아닌 각 반 학생들이었다. 녹색장터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지역주민이 스스로 기획해 운영을 한다. 정해진 틀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새록새록 등장한다. ‘다문화가정 참여장터’, ‘유아용품·휴가용품 특화장터’, ‘가전용품 수선’, ‘무료 칼갈이’, ‘주민노래자랑대회’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해 장터를 아파트 잔치로 만들고 있다. 주민들은 장터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물건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화합을 도모한다.
이웃의 얼굴조차 볼 기회가 부족한 현대사회에서 녹색장터가 만남의 장터가 되는 이유다. 또한 근처 복지회, 기업 등에서 녹색장터를 통해 다양한 물건을 싸게 팔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 삼호아파트 녹색장터에서는 폐가전제품을 수집했다. 수집된 폐가전제품은 수거해 구로 보내고, 구에서는 시의 담당부서로 보내 쓸 수 있는 금속을 분류한 후 기업에 판매한다.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이웃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생활밀착형 녹색장터
아침부터 분주한 서대문구 북가좌 삼호아파트 녹색장터. 국수 삶는 준비하랴, 콩국물 담으랴, 옷 정렬하랴, 가방 진열하랴…. 삼호아파트 부녀회는 발걸음이 바쁘다. 삼호아파트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생활밀착형 녹색장터가 열린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주민이 모은 낡은 물건에 새로운 주인을 부여하는 흥미로운 시간이다. 녹색장터에서는 버려진 물건이 소중하게 다시 탄생한다. 예전에는 남이 사용하던 물건에 거부반응이 있었지만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요즘은 유행이 지나고 싫증난 물건을 내놓기 때문에 쓸 만한 물건이 많다. 지난 삼호아파트 녹색장터에는 ‘스키’가 인기였다. 싼 가격에 스키를 구입한 사람은 그야말로 행운아였다.
녹색장터를 풍요롭게 하는 다채로운 물품
녹색장터 물건은 장터가 열리기 약 2주 전에 공지해 수집한다. 부녀회는 각 가정에서 수집한 물건을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분류한다. 옷, 가방, 책, 아이용품, 생활용품 등 다채로운 물건이 진열된다. 발 마사지기, 선풍기, 스팀청소기 등 비싼 제품도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부녀회에서 직접 만든 에코백과 수세미다. 에코백은 물건을 사면 담아 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아파트 주민에게 장 보러 갈 때 비닐봉투 대신에코백을 사용하라는 녹색장터의 배려다. 에코백은 부녀회 회원들이 버려진 현수막을 깨끗이 빨아 박음질해서 만든다.
장터 한쪽에서는 한 기업이 무료 칼갈아주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녹색장터는 칼갈아주기,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어주기 등 소소하지만 소중한 도움을 주는 행사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수익금은 연말 불우이웃돕기, 사회복지기금에 기부한다. 이번에 팔지 못한 물건은 다음달에 팔거나 ‘아름다운가게’ 등의 재활용센터에 기부한다.
삼호아파트 성백순 부녀회장은 “장터 먹을거리를 무엇으로 결정할지 어떤 물건,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부녀회에서 논의해 준비하는 과정이 보람있다. 물건을 다시 사용한다는 자체가 그렇다. 부녀회는 함께 준비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아파트 주민은 집에 불필요한 물건이 없나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우리 아파트 녹색장터는 아름다운 만남의 장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장터” 라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단연 먹을거리!
4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은 당연 먹을거리 앞이다. 이번 먹을거리 주제는 여름철 별미 ‘콩국수’와 ‘식혜’, 그리고 바삭하게 부치는 따끈한 부침개다. 100% 국산콩 콩국수가 단돈 3000원이다. 부침개는 1000원, 식혜는 3000원이다. 신선한 식재료와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담백한 콩국물에 말은 국수는 무더운 날씨도 잊게 만든다. 먹을거리가 인기 있는 이유는 도시임에도 시골인 듯한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웃음 소리 사이사이에 “콩국수 한 그릇 먹고 가, 내가 잔돈 있으니 산다”며 이웃을 붙잡는 소리가 들린다. 먹을거리 장터는 주민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친해질 수 있는 ‘만남의 장’ 이다. 고소한 콩국수 한 그릇이 이웃에게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이 된다.
아이에게 경제의 개념을, 자원의 소중함을!
외국에는 아이들이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경우가 많다. 재활용 문화에 익숙한 것이다. 녹색장터는 아이들에게 자원의 재활용과 경제 관념을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다. 삼호아파트 어린이 장터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손때가 묻은 책, 신발,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서 직접 판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서대문구 주민생활지원센터 팀장 송미영 씨는 “봉숭아물들이기 등 어릴 적 해본, 추억이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참여해 재활용의 중요성과 경제 가치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라고 말했다.
More Info 그 밖에 녹색장터 이야기
서울 동대문구 이문e-편한세상 아파트의 녹색장터는 주민노래자랑과 어린이사생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성대한 동네잔치를 열었다. 금천구 금빛공원에서 열린 10개 아파트 연합 녹색장터는 다문화가정을 초청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부녀회에서 진행하는 먹을거리 장터와 직접 물품을 판매하는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어 눈길을 끌었다. 연세대학교 버블버블 녹색장터에서는 교직원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물품을 기부받아 강서구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수익금을 기부했다. 아파트 등 녹색장터 개최 문의는 해당 자치구 청소과·환경과로, 대학교·인터넷 동호회는 서울시 환경협력담당관으로 문의한다.
문의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02-2115-7490
홈페이지 http://env.seoul.go.kr
서울시 주요 아파트 녹색장터
서대문 북가좌 삼호아파트 셋째 주 수요일, 02-330-1514
종로 무악현대 넷째 주 목요일, 02-731-0378
동작 신대방 현대, 비정기적, 02-820-9766
강남 일원동 대치 2단지 둘째 주 토요일, 02-2104-1713
송파 송파 한양1차 셋째 주 토요일, 02-2147-2867
※ 자치구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