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스트레스 대처 요령
워킹맘 손모(39)씨는 필리핀 리조트에 다녀온 지난해 휴가의 '악몽'을 잊을 수가 없다. 예약과 다른 방이 나와 도착하자마자 설전을 벌였고,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시부모 시중들랴, 네살배기 아이 돌보랴 전쟁이 따로 없었다. 손씨는 "올 여름 휴가 어디로 갈 거냐는 남편 말을 듣자마자 짜증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즐거워야 할 여름 휴가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아서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 현대인이 흔히 경험하는 휴가 스트레스 대처법을 알아봤다.
산더미 일거리를 남겨둔 불안감
집에서 쉬면 안절부절인 업무중독자는 휴가를 받아도 '놀아봤자 할 일만 더 쌓인다'는 부담만 갖는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이런 사람은 휴가를 잘라서 단계적으로 쉬라"고 권했다. 토요일부터 휴가라면 당일은 집에서 잔무 정리를 하면서 '심리적 이행기'를 갖는다. 일요일과 월요일 1박2일로 가벼운 여행을 다녀오고 집에서 하루를 보낸 뒤 수요일 2박3일짜리 바캉스를 또 가는 식이다.

마음에 안 드는 휴가 동반자
휴가를 함께 떠난 친구 가족이나 패키지 투어 일행 중 유난스러운 사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설 때가 있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그런 사람은 희귀한 공룡 화석이나 동물원 원숭이 보듯 신기한 관찰 대상으로 치부하면 신경이 덜 쓰인다"고 말했다. 자신의 동반자가 아니라 구경거리로 치부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함께 휴가를 와서 얻은 효과를 생각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이다. '시부모를 잘 모시면 남편이 점수를 딸 테니 다행' '처가 식구와 함께 와서 숙박비를 아꼈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휴가지에서까지 부부싸움
휴가만 가면 사사건건 다투는 부부가 있다. 이런 커플은 휴가를 가기 전에 합의를 이끌어 낼 방법을 미리 정해둔다. 서호석 강남차병원 교수는 "유치해 보이지만 하다못해 가위바위보를 이용해서라도 분명한 선택을 하고 이긴 사람의 의견을 따르라"며 "단 진 사람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아야 하며, 이번에 이긴 사람이 다음에는 양보하는 식으로 공평성을 유지할 규칙을 만들어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예상과 다른 엉망진창 휴가지
휴가지에서는 예상과 다른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진다. 숙소가 실망스럽거나 음식이 형편없고, 비가 쏟아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리자.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 돌려서 자신의 심리적 부담을 더는 것을 정신의학적으로 '투사(投射)'라고 한다. 조숙행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휴가지 상황이 엉망인 것은 현지 관리인이 무능해서 그런 것일 뿐, 나의 선택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최대한 현지 상황에 맞춰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