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던 케이블방송 여성앵커가 멘트 도중 ‘아휴~’라는 소리와 함께 의자에서 쓰러지며 실신하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쓰러진 방향에 다른 진행자가 있어 급히 부축하는 모습도 뉴스 화면 일부를 통해 확인됐다. 다행히 뇌진탕 등의 부수적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녀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후 별다른 이상이 없어 귀가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관계자뿐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매우 놀라게 한 이 사고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실신은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심장 질환에 의한 실신은 다른 원인에 비해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여성 앵커 현재 질병의 유무, 약물 복용 상태 뿐 아니라 평소 건강상태, 방송 전 신체적 상황 등 여러 측면에서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일단 질병이나 약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만약 간질, 심장병 등의 특정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평소 생활습관이나 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성은주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만히 앉아서 말하는 도중에 쓰러질 수 있는 상황은 젊은 여성의 경우 질병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면 미주신경성 실신이나 과호흡, 편두통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과호흡은 불안이나 긴장으로 인해 숨을 너무 가쁘게 쉬는 경우에 발생하기 쉽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심혈관계에 대한 교감 및 부교감신경계의 평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정신적 충격이나 초조 등에 의해 교감신경계가 일시 흥분하여 혈압이 높아지고 심박동이 빠르게 되면 곧 이에 대한 반대 작용으로 미주신경계를 통한 부교감신경 흥분이 작동하게 된다. 그러나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작동하는 경우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뛰고, 일시적인 저혈압이 오면서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 실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미주신경성 실신은 군중이 많은 곳에 오랫동안 서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빈번하게 생긴다. 수면부족, 음주, 더운 장소, 장시간 움직이지 않음 등과 같은 요인도 작용할 때가 많다. 대개 피로감, 하품, 구역감 등이 있거나, 식은땀이 나면서 안면이 창백해지고,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면서 앞이 캄캄해지는 것과 같은 전조증상이 있은 후 실신이 발생하는 것이 전형적인 과정이다.
성 교수는 “평소 운동을 안하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전날 과음이나 수면부족, 지나친 다이어트 혹은 폭식, 스트레스 등을 받은 경우 미주신경성 실신이 생길 수 있다”며 “ 예방을 위해서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평소에 자율신경계가 잘 작동하도록 관리를 하면 증상을 훨씬 완화시킬 수 있다. 자율신경계는 근육의 조절을 많이 받으므로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이와 같은 실신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