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병이고, 어떻게 예방할까?
A형 간염 대유행이 예고되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학회는 A형 간염을 심각한 감염병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대국민 홍보를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A형 간염은 2006년부터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 2009년에는 약 1만 5000여 명이 감염됐고, 15명이 사망했다. 간 이식을 통해 간신히 생명을 건진 사람도 있다. 보건당국은 A형 간염에 좀더 관심을 갖고 시급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왜 갑자기 많아졌나?
1980년대 이전에는 국내 15세 이상 거의 100%가 A형 간염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상하수도 시설 등이 미비해 어릴 때(0~5세) A형 간염을 앓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상하수도 보급률이 증가하고 농가에서 인분(人糞)을 비료로 쓰는 사례 등이 줄면서 A형 간염의 어린이 감염률은 크게 줄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A형 간염이 흔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면서 A형 간염 바이러스 노출이 증가하고 있다. 어릴 때 A형 간염을 앓지 않아 몸속에 바이러스와 싸울 항체가 없는 20~30대가 해외에서 A형 간염에 많이 걸린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0대 성인의 A형 간염 항체율은 10~40%로 낮은 수준이다. A형 간염은 어릴 때 걸리면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연령이 높을수록 증상이 심하다. 급성간염뿐 아니라 급성신부전증, 췌장염, 신경손상 등 다른 장기의 손상까지 초래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A형 간염 환자의 50% 정도가 중증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했고, 이 중 80% 정도는 입원이 필요했다. 이들의 입원기간은 평균 1주일이어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다.
A형 간염은 어떤 병인가?
A형 간염은 대표적인 수인성(水因性) 감염병이다. 감염자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물이나 음식물을 오염시키고 이를 다른 사람이 마시거나 먹을 때 감염된다. 물을 끓여 먹지 않거나 날음식을 많이 먹는 늦봄부터 발생이 증가해 여름철에 최고조에 이른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 교수는 “A형 간염은 보통 3~4월에 유행한다. 작년에는 3월 이후 환자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겨울에도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아 봄이 되면 작년보다 훨씬 환자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A형 간염은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과 달리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입으로, 또는 감염 환자와 접촉해 감염되므로 감염력이 매우 높다. 또 한 번 걸리면 만성이되는 B형이나 C형 간염과 달리 A형은 일회성이다. 어릴 때 걸리면 증상이 가볍지만 성인일 때 걸리면 단기간에 위중해지고, 심하면 ‘급성전격성간염’이 된다. 사망률은 1000명중 1명꼴로 보고돼 있다.
A형 간염에 걸리면 기침이나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이 없는데도 38℃ 이상의 고열과 피로감, 몸살 기운 등이 나타난다. 배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가려움증, 황달, 피로감이 나타나며 성인은 황달이 더 심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잠복기는 평균 30일 정도며, 환자에 따라 15~50일로 차이가 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용 교수는 “예전에는 A형 간염으로 사망한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증상이 심하므로 입원해서 병의 경과를 지켜보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A형 간염에 걸리면 마땅한 치료약이 없어, 자연 치유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A형 간염의 확실한 예방책, 백신 접종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어 예방접종을 통한 면역력 획득이 A형 간염의 유일한 예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형 간염 예방 및 예방백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2010년도 A형 간염 감염자 수는 더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A형 간염을 영유아 정기 예방접종 종목에 추가하고 국가 예방 접종사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A형 간염 발생의 82%를 차지하는 20~30대 청장년층에 대한 예방접종이 시급하다. 이미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혈우병 환자, 의료인, A형 간염 유행지역으로 여행할 사람 등은 백신 접종을 받는다.
A형 간염 항체검사 비용이나 예방접종 비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부담이 된다. 그러나 A형 간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에 비하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접종 비용은 성인은 1회 6만~8만원, 소아는 4만~5만원이며 1차 접종 뒤 6개월~1년 후에 추가접종한다. A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하면 90% 이상 항체가 생긴다. 어릴 때 예방접종을 해도 20~30년 지나면 항체가 없어질 수 있으니 항체 검사를 해서 항체가 없으면 다시 접종한다. 중국, 동남아 등으로 자주 출장 가는 사람, B형 간염 등 만성 간질환인 사람은 A형 간염 예방접종을 꼭 한다. A형 간염은 한 번 앓고 회복되면 평생 면역력이 생겨 다시 걸리지 않는다. A형 간염을 앓던 사람은 다시 백신 접종을 할 필요 없다.
생활 속 A형 간염 예방법, 손 씻기와 끓여 먹기
A형 간염은 감염성이 매우 강해 오염된 음식물뿐 아니라 환자와 긴밀한 접촉으로 옮는다. A형 간염은 감염자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먹어서’ 생긴다. 무의식 중에 손을 입에 가져가는 경우가 많으니 손을 잘 씻고, 씻지 않은 손은 입에 가져가지 않는다. 최소 15~20초 비누와 물로 손을 충분히 씻고 타월로 구석구석 닦는다. 비누와 물이 없을 때는 손 세정제를 사용해 세균을 없앨 수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삶거나 익히면 죽는다. 단체 급식, 회식 등은 가급적 청결한 식당을 이용하고 길거리 음식은 되도록 피한다. 어패류 등 날음식을 피하고 물은 끓여 먹는다. 모든 음식은 85℃ 이상에서 익혀 먹는 것이 기본이다.
잠깐 ! A형 간염, 식품 섭취로 예방한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A형 간염을 예방하는 원예작물 개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담배와 토마토 식물체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HAV) 3종의 유전자에 대해 항원단백질(VP)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를 동물실험에 적용한 결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해 항체를 생산했고, 면역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A형 간염 백신이 원예작물에서 생산된다면 병원 바이러스 변종에 의한 위험성을 불식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정제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생산단가를 절감할 수 있어 기존 백신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맞을 수 있다. 또 수송 및 보관이 쉽다. 현재 연구팀은 ‘A형 간염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 및 상기유전자로 형질 전환된 식물체’란 명칭으로 국제 특허를 얻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