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환자 과실 사망까지 포함
'약화(藥禍)사고'란 의사의 처방 실수, 약사의 조제 실수나 잘못된 복약지도, 의약품 자체의 문제로 환자가 사망 또는 상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약화사고 사망자 집계는 국가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의사나 약사의 과실, 약 자체 부작용에 의한 사망은 물론이고, 환자가 의약품 복용법을 어겨 사망한 것까지 약화사고에 포함시킨다. 또 의사가 약을 제대로 처방 했더라도 그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겨 사망한 것도 포함시킨다. 심지어 환자가 다른 약을 복용 중이었는데, 그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처방한 것도 약화사고에 넣는다.
사망시점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약으로 인한 명백한 부작용이 확인됐다면, 그 부작용이 원인이 돼 몇 년 후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약화사고 사망자로 분류한다. 약화사고와 사망과의 연관성은 해당 병원의 의사가 1차적으로 판단하고, 만약 의사가 자기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약화사고 보고를 집계하는 국가조정위원회에서 전문가 회의를 거쳐 2차 판단을 한다. 단, 마약 복용으로 인한 사망사건은 집계에서 제외된다.
일본과 영국은 미국보다는 약화사고 인정 영역이 좁다. 약 자체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의사의 잘못된 처방, 약사 조제 실수로 인한 약화사고만 포함된다. 환자의 약 복용 실수, 제대로 된 처방 이후 발생하는 얘기치 못한 사망 등은 약화사고 범주에 넣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의사와 제약회사가 인정한 약화사고 사망 사례만 2001년 1239건이다.
우리나라는 약화사고 보고 체계도, 사망자 집계도 없다. 때문에 현재로선 의사가 엉뚱한 약을 처방 해 환자가 사망했더라도 그 사실을 병원이 보고하지 않으면 약화사고로 기록되지 않는다. 식약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약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망자가 2006년 62명'이라고 밝혔지만 식약청조차 '터무니없는' 수치임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