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부터 국내 일부 병원서 도입부작용 없고 효과 좋은약 골라써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교수팀은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 ‘에타너셉트(etanercept)’란 치료제를 투입할 때 ‘TNFA 유전자’의 발현 유무를 점검한다. 실험적으로 70명의 류마티즘 관절염 환자에게 이 약을 투여하고 12주간 관찰한 결과 TNFA 발현도가 낮은 20% 정도에겐 약이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에타너셉트는 1회 주사비가 15만원 정도로 기존 치료제보다 가격이 10배나 비싸다. 환자는 통상 1주일에 2회씩 수년간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TNFA 유전자가 덜 발현된 20%의 환자는 연간 1500만원 정도의 의료비를 낭비해 왔던 것이다.
약물유전학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선 2~3년 전부터 환자 치료에 적용됐으며, 우리나라에선 1년 전부터 부산백병원 약물유전체연구센터,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등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맞춤약치료는 치료과정에서 약물 부작용에 따른 사망 위험을 막아주고, 사용 가능한 여러 약들 가운데 좀 더 효과가 좋은 약을 골라 쓸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항암제인 메르캅토퓨린(6-mercaptopurine)이나 면역억제제인 아자치오퓨린(azathioprine)은 일부 암환자(서구인의 0.3%)에게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취약한 유전형으로 밝혀진 환자들에겐 약물 용량을 10분의 1로 낮추거나 다른 약을 처방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항응고제인 와파린(warfarin)도 특정 유전자형에는 치명적이다. 표준치료법상의 용량을 투여해도 피가 너무 묽어져 과다 출혈로 사망하는 것이다. 맞춤약치료에선 용량을 5분의 1로 줄이거나 다른 약으로 바꿔 치료한다.
항우울제 파록세틴(Paroxetine)·플루옥세틴(fluoxetine)은 60%의 환자에게는 치료효과가 있지만 유전자형이 다른 나머지 40%에게는 독성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난다. 기존엔 일단 약을 먹어본 뒤 부작용을 관찰하는 식이었지만, 맞춤형 약물치료를 적용하면서 약을 먹지 않고 유전자 검사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관절염 치료제 메쏘트렉세이트(Methotrexate)를 사용하는 류마티즘 관절염 환자 385명을 1년간 조사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유전자형의 환자는 20%에서 구토·탈모 등 부작용이 나타난 반면, 특정 유전자형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선 이 비율이 50%나 됐다.
유전자검사를 통한 맞춤약치료는 이밖에도 고혈압, 당뇨, 결핵, 천식, 정신분열증, 위궤양, 염증성 질환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맞춤약 투여를 위한 유전자 검사비용은 3만~50만원 정도다. 아직 건강보험 적용은 안되지만 일부 병원에선 시범적으로 무료검사를 해주는 곳도 있다. 피를 뽑거나 면봉으로 입안의 구강점막세포를 채취해 분석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14일 정도 걸린다.
◇특정 유전자형 환자가 주의해야 할 성분 및 대상 질환
Codeine(코데인)등 진통제
NSAID(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Methotrexate(메쏘트렉세이트·류머티즘관절염, 건선, 백혈병)
Phenytoin(페니토인·경련성 질환)
ACE 억제제(고혈압)
Glipizide(글리피지드·당뇨)
Tolbutamide(톨부타마이드·당뇨)
Warfarin(와파린·심방세동·정맥혈전증)
Carvediol 등 β-차단체(심부전)
Omeprazole(오메프라졸·소화기궤양 및 역류)
Paroxetine(파록세틴·우울증·정신질환)
Fluoxetine(플루옥세틴·우울증·정신질환)
β항진제(천식)
5-fluorouracil(플루오로우라실·위암·대장암·유방암)
Irinotecan(이리노테칸·대장암·직장암)
/자료:삼성서울병원
/도움말: 배상철·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교수, 신재국·부산백병원 약물유전체연구센터 교수, 김종원·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