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후 80%가 임신 성공
수술 자국 없이 간단하게
상당수 중년 여성들의 고민거리가 자궁근종이다. 자궁 초음파 검사를 하면 크고 작은 자궁근종이 흔히 발견되기 때문이다. 자궁근종은 자궁 벽의 근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된 양성 종양이다. 여성 호르몬과 관련 있어 생리를 하는 가임 기간에 잘 생긴다. 암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면 그냥 놔둬도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자궁출혈을 일으키거나 주변 장기를 눌러 통증을 유발할 때이다. 이 경우 자궁근종을 떼어내야 하지만 대부분 자궁도 같이 적출해야 한다. 자궁근종만 분리해서 떼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수술 위험성 뿐만 아니라 여성의 상징인 자궁을 적출했을 때의 상실감 때문에 수술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자궁을 떼어내면 우울증 발생이 늘고, 성관계 장애 빈도도 10~40%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임신을 해야 하는 젊은 여성에게는 더욱 난감한 일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자궁을 살리면서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고주파 용해술을 말한다. 섭씨 50~70도의 열을 내는 고주파 기기 바늘을 초음파를 보면서 질 벽을 통해 자궁근종에 찔러 넣는다. 이 후 고주파를 작동시키면 그 열로 자궁근종 세포가 파괴된다. 시술 후 6개월 관찰 결과, 자궁근종 크기가 50~7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10명 중 9명에서는 자궁근종 증상이 호전된다. 시술은 전신 마취를 통해 하기도 하며 마취 없이 수면 내시경처럼 재워 놓고 하기도 한다. 시술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입원은 통상 1박2일 한다.
300여건을 시행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수술 자국을 남기지 않고 효과적으로 자궁근종을 줄일 수 있다”며 “설사 재발한다 하더라도 간단하게 재시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진홍 교수는 “자궁근종이 죽으면서 콜라겐 섬유조직으로 바뀌어 서서히 흡수되는 원리”라며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시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궁근종 크기가 약 10㎝ 이상 이거나, 개수가 여러 개일 경우는 이 시술이 어렵다. 자궁 벽의 근육세포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임신하여 자연분만 할 때 자궁 파열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는 이 시술을 권장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출혈이나 통증 등 자궁근종으로 인한 증상을 수술하지 않고 없애는 데 가장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궁동맥을 막아버리는 색전술을 말한다. 먼저 사타구니 옆의 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카테타)을 넣어 골반 전체 혈관 조영술을 한다. 이를 통해 자궁근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가느다란 자궁동맥을 찾아낸다. 그 다음 도관을 그곳에 위치시킨 후 동맥을 폐쇄시키는 물질을 주사한다. 이렇게 자궁동맥을 막으면 자궁근종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굶어 죽게 된다. 시술 후 약 90%에서 자궁근종 증상이 사라지고, 종양 크기는 25~70% 줄어든다. 회복 후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약 80%로 보고된다. 최근 자궁근종이 발견된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이 시술을 받았다고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2만5000여건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시술은 산부인과와 연계되어 영상의학과(옛 방사선과)에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건국대병원, 분당차병원, 신촌·영동세브란스병원, 구미순천향병원, 광주첨단병원, 전주예수병원 등에서 하고 있다.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상우 교수는 “시술은 국소 마취로 하고 시술 시간은 약 1시간 걸린다”며 “주로 임신을 원하는 여성, 비만, 심폐기능이 떨어진 환자, 수술을 견디기 힘든 환자 등에서 시행된다”고 말했다. 시술 후 자궁근종 세포가 괴사되는 과정에서 통증이 심할 수 있다.
/김철중 기자docto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