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최근 mRNA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핵심적 요소로 꼽히는 ‘5′Cap(5 프라임 캡)’ 기술을 놓고 세계 각국이 치열한 특허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감염병기술전략센터가 최근 펴낸 ‘5′Cap 관련 특허 현황 및 연구 동향’에 따르면, 5′Cap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5′Cap은 mRNA 한쪽 끝에 붙는 ‘보호 모자’처럼 작용한다. mRNA는 메신저 RNA의 줄임말로, 세포에 단백질 제조법을 전달하는 메신저 일을 한다. 5′Cap은 이 같은 mRNA를 외부 공격으로부터 지키고, 세포가 이를 잘 읽어 단백질을 만들도록 돕는다.

문제는 우리 몸속 세포가 자연스럽게 만드는 이 구조를, mRNA 백신 생산 과정에서는 인위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5′Cap 기술’이다.

5′Cap 기술은 공동 전사 캡핑(Co-transcriptional Capping)과 전사 후 캡핑(Post-transcriptional Capping) 두 가지가 있다.

공동 전사 캡핑은 mRNA를 만들면서 동시에 Cap을 붙이는 방식, 전사 후 캡핑은 mRNA를 만든 후 효소로 Cap을 붙이는 방식이다.

글로벌 특허 현황을 살펴보면 공동 전사 캡핑의 특허 수는 모두 30개로, 전사 후 캡핑(5개)보다 더 많다.

중국의 장쑤 션지(Jiangsu Shenji Biotechnology Co.,Ltd)는 공동 전사 캡핑 특허 30개 가운데 6개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의 유케어커창(Youcare Kechuang Pharmaceutical Technology)도 3개를 보유하고 있다. 공동 전사 캡핑 특허 건수의 3분의 1을 중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폴란드의 바르샤바 대학교와 독일의 바이오엔텍(BioNTec)은 각각 3개, 2개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트리링크(TriLink Biotechnologies, LLC)는 1개를 보유 중이다.

이렇게 특허의 3분의 1 가까이를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는 특허는 바로 트리링크의 특허다.

트리링크의 공동 전사 캡핑 기술인 ‘CleanCap’은 현재 상용화된 mRNA 백신에 가장 널리 쓰는 기술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텍(Pfizer·BioNTeck), 론자(Lonza), 아이진, 가천대학교 백신 사업단 등 국내외 여러 기업·기관이 ‘CleanCap’ 기술을 쓰기 위해 트리링크와 협약을 체결했을 정도다.

5′Cap을 둘러싼 글로벌 연구개발(R&D)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독일 뮌스터대학교는 빛으로 mRNA 번역을 제어할 수 있는 ‘FlashCap’을 개발했고, 일본 나고야대는 캡핑되지 않은 mRNA 불순물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PureCap’ 기술을 발표했다.

미국 MIT는 선형 및 원형 RNA에 적용할 수 있 ‘분지형 Cap(Branched Cap)’, 중국 베이징대는 AI 기반 효소 탐색 플랫폼으로 고활성 캡핑 효소를 새로 발굴했다.

이처럼 Cap 유사체와 캡핑 효소의 효율을 높이려는 기술 개발이 전 세계에서 다각도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 독자 기술 개발 박차

국내에서는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의 에스티팜(ST PHARM)이 ‘SmartCap’을, 한미약품그룹의 원료의약품(API) 전문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이 ‘HanmiCap’을 개발하며 캡핑 독자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 둘은 모두 공동 전사 캡핑 방식이다.

이 가운데 에스티팜의 ‘SmartCap’은 지난 6월 발표된 연구에서 트리링크의 Clean Cap과 비슷한 캡핑 효율을 보인 바 있다. 단백질 발현도 ‘CleanCap’ 대비 같거나 더 높았다.

에스티팜의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 ‘STP2104’은 ‘SmartCap’ 기술을 도입한 후보물질이다. ‘STP2104’은 작년 진행된 임상 1상에서 안정성 및 효능을 입증한 바 있다.

이 기술은 2022년과 2025년 각각 국내와 일본서 특허 등록을 마쳤고, 미국·유럽·중국·인도·캐나다 등에서도 특허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정밀화학은 ‘HanmiCap’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트리링크의 ‘CleanCap’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HanmiCap’은 아직 임상 진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사 측은 임상을 위해 mRNA 백신 개발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중이다. ‘HanmiCap’은 2024년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일본·유럽·호주·러시아·중국 등에서 특허 심사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