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한미약품이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개발된 적이 없는 YAP·TEAD 억제제 후보물질의 글로벌 권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권리의 핵심은 단연 특허권 확보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미약품은 현재 전세계 5개국 이상에서 YAP·TEAD 억제제 후보물질에 대한 특허 등록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특허 출원 사실이 공개된 나라만 5개국이다. 유럽의 경우 유럽특허청(EPO)에 ‘YAP·TEAD 상호작용 억제를 위한 신규 헤테로비시클릭 화합물 및 이를 포함하는 약학적 조성물’에 대한 특허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는 2023년 10월 2일 출원되었고 올해 7월 9일 공개되었다.

한미약품은 같은 날 한국, 중국, 대만, 아르헨티나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2024년 4월 가장 먼저 공개됐으며, 이후 대만, 아르헨티나, 중국 순으로 특허 출원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그리고 중국과 3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서는 아직 특허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이 대규모 의약품 시장 가운데 중국과 유럽에서만 특허를 출원했을 가능성은 낮다. 개발 중인 YAP·TEAD 억제제는 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경구용 항암제인 만큼, 핵심 시장에서의 권리 보호는 한미약품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만간 미국과 일본에서도 해당 특허 출원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YAP·TEAD 억제제의 타깃 중 하나인 TEAD 단백질은 ‘팔미토일화’(palmitoylation)라는 특정한 단백질 합성 과정 이후 YAP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 생성 및 증식 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TEAD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YAP과 결합해 CTGF, Cyr61, MYC 같은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이때 YAP·TEAD 억제제는 이 두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차단하여 암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특히 아직 ‘팔미토일화’라는 단백질 화합 과정에 개입하는 기전의 항암제는 전무한 만큼, YAP·TEAD 억제제가 상용화되면 기존 치료제로도 반응하지 않았던 난치암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은 YAP·TEAD 억제제를 표적 항암제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예상 적응증은 유방암, 난소암, 위암, 신장암, 생식세포종, 소아뇌종양 등으로, 기존의 면역 또는 표적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현재 폐암 치료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표적 항암제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osimertinib)에 불응하는 저항성 비소세포폐암(NSCLC)도 예상 적응증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YAP·TEAD 억제제 후보물질이 현재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 고형암에서 그만큼 폭넓게 쓰일 수 있다는 기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명세서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개발한 YAP·TEAD 억제제 후보물질은 인간 유방암 세포주(MCF7)와 희귀 폐암의 일종인 NF2 유전자 결핍 중피종 세포주(NCI-H226)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 실험에서 유의미한 억제 활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YAP·TEAD 억제제 시장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해당 제제의 개발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터라 명확한 환자군과 적응증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스위스의 노바티스(Novartis)도 YAP·TEAD 억제제(IAG-933)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빅파마들도 이 분야의 시장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바티스는 2021년 10월부터 ‘IAG-933’의 1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