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전성 망막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RP)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회복 가능성을 제시하는 유전자 치료제가 머지않아 규제 당국의 관문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4일(현지 시간),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Nanoscope Therapeutics)의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MCO-010’에 대해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서(BLA)의 단계적 제출(rolling submission) 개시를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단계적 제출이란 허가 신청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한 번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는 대로 제출하고 그에 따라 심사도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절차를 말한다. 주로 혁신 신약이나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은 품목에 대해 FDA가 지정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체 BLA 제출은 2026년 초에 완료될 예정이며, 이미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된 만큼 심사 기간도 6개월로 단축되는 우선심사가 적용된다.

만약 ‘MCO-010’이 내년 하반기에 FDA의 허가를 취득할 경우, RP로 인해 시력을 거의 잃은 환자들에게 제한적이나마 시력 기능을 일부 회복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RP는 망막에 분포하는 광수용체의 기능장애로 발생하는 진행성 망막변성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시절부터 야맹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나이가 들수록 주변 시야가 점차 좁아져 좁은 관을 통해 보는 것과 같은 시야협착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현재 마땅한 치료법 없어 ... 신약 허가시 환자들에 새로운 희망

현재까지 RP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영양 보충제나 레이저 치료 같은 대증요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의학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MCO-010’은 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약물은 1회 투약으로 손상된 광수용체 대신 망막 내 다른 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촉진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빛 자극을 우회적으로 뇌로 전달하여 시력 회복을 유도한다.

실제로 나노스코프가 진행한 2b상 임상시험(시험명: RESTORE)에서 ‘MCO-010’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투약 52주 후 위약군에 비해 시력 검사 차트에서 3줄 이상의 시각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력 향상 효과는 최대 3년까지 지속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회사 측은 “기존 유전자 치료제가 주로 변이 또는 기능 이상 유전자를 대체하는 데 그쳤던 반면, ‘MCO-010’은 특정 유전자 변이에 관계없이 망막 내 다른 세포에 빛 감지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인 만큼, 범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MCO-010’의 RESTORE 2b상은 미국에서만 실시되었지만, 나노스코프 측은 미국뿐만 아니라 ‘MCO-010’의 글로벌 진출 또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이 회사는 2017년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일본에 ‘MCO-010’의 물질 특허를 동시에 출원했으며, 현재 미국, 호주, 일본의 특허 등록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나머지 지역에서의 ‘MCO-010’ 허가 추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터라 ‘MCO-010’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