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정일 기자]국내 원료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정부 주도의 설비 투자 지원, 장기 수요 촉진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종근당바이오 박완갑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서영석 의원, 한지아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의약품 제조역량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화와 K-원료의약품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박완갑 대표는 "국내 제약사는 완제품 제조 역량을 보유하나, 원료 단계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며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기준 약 25.6%에 불과해 국민 보건 안보 차원에서 심각한 위기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페니실린·세파계 항생제 원료는 국산화가 미흡해 공급 차질 시 대체 수급이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페니실린·세파계 핵심 중간체 6-APA, 7-ACA 생산 거점 7곳 중 산도스(오스트리아), 오로빈도파마(인도) 2곳을 제외한 5곳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이로 인해 가격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유사시 국가 보건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 및 2023년 쓰촨·허베이 홍수 등으로 인한 수출입 지연 및 운임 폭등으로 6-APA, 7-ACA 가격이 상승된 이후 고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같은 중국 내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 세계 6-APA, 7-ACA 생산량의 약 65~70%가 중국에서 발생하면서 중국 의존형 글로벌 구조로 인한 공급 리스크와 가격 협상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항생제 중간체 7-ACA를 국내에서 생산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28%를 확보했지만 시장성 악화와 환경 규제로 인해 생산이 중단됐고, 이는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해외사례를 보면 일본 정부는 2023년 메이지 세이카 및 시오노기가 각각 추진 중인 항생제 API 생산 프로젝트에 총 500억엔(약 5200억원) 보조를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항생제 API 생산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연방정부도 산도스와 2023년 향후 5년간 총 1억 5000만유로(약 24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중 정부가 약 5천만유로를 지원키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현지 항생제 생산 비중을 확대해 유럽 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했다.

박완갑 대표는 "정부는 위기의 필수의약품·원료의약품 생산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설비 투자 보조금 및 수요 확보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다국간 공급망 협력체계를 구축해 위기 발생 시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고, 국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 메커니즘을 도입해 민간사업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부·산업계가 공동으로 생산 거점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