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피해를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들을 상대로 소송비용 회수에 나선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 관련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12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소송비용 회수를 진행 중이다.

이들 사건은 2024년 7월부터 12월 사이 확정판결이 내려졌으며,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비용 청구 절차를 시작했다.

회수 대상 5건 중 1건은 744만원을 웃돌며, 나머지 4건도 각각 약 440만원 수준으로, 총청구 금액은 2512만원에 달한다.

질병청은 민사소송법 제98조를 근거로 회수 조치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실제 각 판결문에도 원고가 비용을 부담하라는 결정이 포함돼 있다.

다만 질병청 내부 지침인 ‘소송사무처리지침’ 제19조에 따르면, 승소 판결이 확정돼도 기초생활수급자나 개인회생·파산자, 혹은 사망 등의 사유로 소송비용 회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는 비용 청구를 면제할 수 있다.

질병청은 승소한 12건 중 7건은 이와 같은 예외 사유에 해당해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가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윤 의원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피해를 입은 유가족이 국가에 인과성 인정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은 너무 당연한 절차이며 이번 조치는 사실상 ‘국가에 맞서지 말라’는 경고이자 재갈 물리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의 이 부당한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며 “질병관리청의 변호사비용을 대납하라는 소송비용 회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적 성격의 백신 피해 소송에 한해 소송비용 청구를 면제하거나 감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김두경 회장은 “백신 피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게 말이 되냐”며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 회피이자 도덕적 실패”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