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B형 간염 신약 ‘베믈리디’의 제네릭 상표가 오리지널 제품과 비슷하다며 상표권 분쟁에 나선 길리어드사이언스가 1차전에서 패배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최근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를 상대로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의 소를 제기했다. 이들 제약사가 판매 중인 베믈리디 제네릭에 대한 상표권 무효 심판 청구를 기각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심판은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삼일제약이 각각 출시한 ‘베믈리버’, ‘베믈리아’, ‘베믈리노’ 등 3개 베믈리디 제네릭의 제품명을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문제 삼으며 시작됐다. 이들 제품의 명칭이 오리지널 제품과 비슷해 처방 현장에서 제품명의 오인이나 혼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베믈리버(VEMLIVER)’, ‘베믈리아(Vemlia)’, ‘베믈리노(Vemlino)’ 등 3개 제품은 출시 당시 이미 국문과 영문 상표가 특허청에 등록돼 권리로 보호받고 있었다. 이에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자사가 보유한 ‘베믈리디’ 상표 가치의 희석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이들 3개 제품의 국·영문 상표 총 6개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삼일제약 외에도 제일약품(테카비어디), 종근당(테노포벨에이), 삼진제약(타프리드), 한국휴텍스제약(가네리드), 동국제약(알포테린) 등 5개 제약사가 베믈리디 제네릭을 허가받아 판매 중이었지만 심판 청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이들 5개 제약사의 제네릭 상표는 단순히 베믈리디의 주성분인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또는 치료 표적 기관의 명칭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베믈리디 제품명과 유사점이 적은 만큼 시장에서 오인·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오리지널인 베믈리디와 제네릭인 베믈리버, 베믈리아, 베믈리노의 상표에서 공통된 부분인 ‘베믈리’ 및 ‘Vemli’ 부분이 강하게 발음돼 지배적인 청각적 인상을 줄 것이므로 상표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핵심적인 부분인 ‘요부’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베믈리버, 베믈리아, 베믈리노 등 3개 제네릭의 상표는 베믈리디 상표와 유사하고, 이에 따라 수요자들의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심판을 청구한 것은 지난 2023년 9월이다. 특허심판원은 상표 분쟁으로는 꽤 긴 기간인 약 1년 7개월 동안의 심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했다.

특허심판원은 해당 심결과 관련해 “일반 수요자들이나 거래자들은 ‘베믈리’ 및 ‘Vemli’ 부분을 요부로 인식한다기보다는 관련 상표들을 전체로서 창작된 조어로 인식할 개연성이 클 것으로 판단되는바, 이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들 상표는 외관이 서로 비유사하고, 특별한 의미가 없는 조어 상표이므로 그 관념을 대비할 수 없어 혼동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 심결로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는 자사 등록 상표가 무효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베믈리디 상표권 침해 우려를 어느 정도 떨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제품명 변경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시장 인지도 하락 가능성에서도 다소 자유로워졌다.

다만,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이번 항소 결정으로 제네릭 상표권 무효 가능성 및 오리지널 상표권 침해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베믈리디는 길리어드가 기존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프로드럭 형태로 개발해 내약성과 신장 독성 부작용 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