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이제껏 사람 몸과 질병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술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물체를 컴퓨터 속에서 있는 그대로, 쌍둥이처럼 구현한 것을 말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의료기기 개발 및 평가 분야에서 동물실험 또는 임상시험을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공학과 최재순 부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메디컬 디지털트윈 기술과 의료기기’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기고했다.

인체 디지털 트윈, 왜 어려울까?

보고서에 따르면,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인체와 질병을 다루는 헬스케어 분야는 디지털트윈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존재해왔다.

생리학, 병리학, 의료 시뮬레이션 등 방대한 지식이 축적되어 있었지만 인체와 질병을 정밀하게 모사하는 디지털트윈의 구현은 여전히 난제다. 수많은 변인과 밝혀지지 않은 생체 기전이 이러한 한계를 뒷받침한다.

최 교수는 “그럼에도 적용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한정할 경우,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디지털트윈 기술은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으며 활용 가능성 또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의료기기 분야는 비교적 복잡성을 완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 실용적 의미를 가진 디지털트윈 기술이 활발히 구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컴퓨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성능 평가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FDA 산하 CDRH(의료기기 방사선 보건센터)는 ‘Modeling and Simulation Initiatives’를 통해 규제과학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도구로 MDDT(Medical Device Development Tool)를 마련하여, 제조사에게 공식적인 기술 도구로 제공 중이다.

한국 식약처 역시 M3DT(Medical Device Digital Development Tool)라는 명칭으로 유사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임상 시험,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한편, 디지털트윈 기술은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장점 역시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할 때 벤치실험, 동물실험, 임상시험이 컴퓨터 기반 시험보다 실제 환경을 더 잘 모사하고 더 나은 평가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영역별로 실제 상황을 잘 살펴보면 다양한 부문에서 컴퓨터 기반 시험이 실용적이거나 오히려 더 적절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의료기기의 체내(in vivo) 작용 성능을 예측하는 데 임상시험이 가장 효과적임은 분명하지만 컴퓨터 기반 시험 또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특히 의료기기의 사용지침(IFU·Instructions For Use) 범위를 초과하는 조건에서의 성능을 예측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임상시험보다 컴퓨터 기반의 시험이 더 유효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실험 환경의 정밀한 통제나 시간·비용 측면에서 볼 때, 컴퓨터 기반의 시험이 보다 나은 방향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환자 모델 개발 연구 또한 초기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영상 합성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 의료기기 성능 평가에 필요한 임상시험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변이를 반영한 의료영상을 생성해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가상 환자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질환을 가진 환자의 디지털트윈이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실용성 있는 평가 도구로 발전할 수 있어 주목된다.

다만, 현재는 가상 환자 모델의 유사도가 높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기본 학습 데이터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필터링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향후 충분히 실용성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지닌 가능성과 기대

헬스케어 분야에서 디지털트윈은 여전히 많은 기술적 도전과 한계를 안고 있다. 그렇지만, 의료기기 개발 및 평가 분야에서는 FDA의 MDDT 혹은, 한국 식약처의 M3DT 처럼 이미 실질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임상시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기술로, 개인 맞춤형 질환 관리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디지털트윈이 지닌 가능성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최 교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의료기기 개발 및 평가 분야에서 동물실험 또는 임상시험을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나아가 개인 맞춤형 질환 관리 및 관련 의료기기의 핵심 기술로 디지털트윈의 필요성과 의미가 분명한 만큼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과 산업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