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셀트리온이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daratumumab) 바이오시밀러 ‘CT-P44’의 글로벌 임상 시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다잘렉스’는 미국 얀센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이다.

본지 취재 결과, 셀트리온은 2025년 5월 4일 미국 임상시험 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CT-P44’에 대한 임상 3상 시험 정보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2024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CT-P44’의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은 바 있다.

해당 임상 시험의 예정 시작일은 5월 31일이지만, 아직 실시기관이 공개되지 않았고 모집 상태도 ‘Not Yet Recruiting’(모집 전)으로 표시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 모집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로벌 임상은 유럽에서도 진행된다. 셀트리온은 19일 공시를 통해 유럽의약품청(EMA)에 ‘CT-P44’의 유럽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3상 파트2 시험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앞서 올해 4월 EMA로부터 ‘CT-P44’의 글로벌 임상3상 파트1 계획을 승인받았는데, 유럽은 임상시험규정 개정으로 신청·승인 절차가 두 개의 파트로 구분돼 있고 두 파트를 모두 승인받아야 임상시험 진행이 가능하다.

이번 글로벌 시험의 디자인은 불응성 또는 재발성 다발성 골수종 환자 486명을 대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인 ‘다잘렉스’와 바이오시밀러 ‘CT-P44’의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생물학적 동등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 도출 예상 시점은 오는 2027년 11월 15일이다.

현재 3개 바이오시밀러 임상서 평가 중 ... 출시는 2031년 전망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에서 생성되는 항체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의 유형이다. 골수의 여러 부분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여 다발성 골수종이라고 부른다.

혈액암은 보통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발성 골수종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더라도 완치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아울러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자주 불응하고 재발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얀센의 ‘다잘렉스’가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다. ‘다잘렉스’는 CD38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로, 골수 내 항체 생성을 촉진하는 CD38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하는 기전이다. 이를 통해 다발성 골수종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실제로 ‘다잘렉스’가 도입되기 전 사용되던 프로테아좀 억제제와 면역 조절제 등 기존 치료제들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 반응률은 대략 30~5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다잘렉스’는 기존 치료제와 병용할 경우 반응률이 약 90%에 달하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

‘다잘렉스’는 출시 이후 다발성 골수종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수십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4년 ‘다잘렉스’는 전년(97억 달러) 대비 19% 증가한 116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한화로 치면 약 16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매출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다잘렉스’를 겨냥하는 복제약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재 임상 시험에서 평가 중인 ‘다잘렉스’ 바이오시밀러는 모두 3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 시험에서 평가 중인 ‘다잘렉스’ 바이오시밀러]

품목 업체 임상 시험 단계 임상 실시 일자 CT-P44 우리나라 셀트리온 임상 3상 시험

2025년 5월 31일(3상)

HLX-15 중국 상하이 헨리우스 바이오제약(Shanghai Henlius Biopharmaceuticals) 임상 3상 시험

2025년 4월 1일(3상)

TQB2709 중국 난징 순신 제약(Nanjing Shunxin Pharmaceutical) 임상 1상 시험

2024년 6월 25일(1상, 예정)

가장 먼저 3상에 돌입한 바이오시밀러는 중국 상하이 헨리우스 바이오제약(Shanghai Henlius Biopharmaceuticals)의 ‘HLX-15’로, 올해 4월 1일 3상 임상을 시작했다.

다만 ‘다잘렉스’의 물질 특허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2029년과 2031년에 만료될 예정인 만큼, 헨리우스 측이 ‘HLX-15’의 임상 개발을 마무리하여도 특허 만료 전까지는 사실상 출시가 불가능하므로 큰 의미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출시 여부의 관건은 미국 물질 특허 만료와 얀센과의 복제약 출시 합의 도출 여부다. 미국은 오리지널 업체들의 에버그리닝(공격적으로 여러 특허를 출원하여 독점권을 연장하는 행위)이 용인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얀센은 이미 자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Stelar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ustekinumab)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미국 출시의 발목 잡기에 성공한 바 있다. ‘스텔라라’의 미국 물질 특허 만료 시점은 2023년 9월이었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약 1년 3개월 뒤인 2025년 1월에야 미국에서 출시될 수 있었다.

따라서 미국에서 ‘다잘렉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될 수 있는 시점은 유럽의 물질 특허 만료 시점인 2031년 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