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의사들의 ‘셀프 처방’을 통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의사 본인에게 프로포폴 처방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시행됐지만, 정작 실제 셀프 처방의 대부분은 프로포폴이 아닌 다른 성분의 마약류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사들이 본인에게 직접 처방한 의료용 마약류는 총 8만3585건에 달했다.

이 중 프로포폴은 389건으로 전체의 약 0.5%에 불과했고, 나머지 99.5%는 졸피뎀 등 최면진정제, 항불안제, 진통제, 식욕억제제, ADHD 치료제 등 다른 마약류 성분이었다.

현행 마약류 관리법은 의사나 치과의사 등의 마약류 취급자가 자신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하거나 투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외 마약성 의약품에 대해서는 셀프 처방을 제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태다.

이 같은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일부 의료인은 타인 명의를 도용하거나 진료기록을 조작해 셀프 처방을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셀프 처방의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고,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의사 등 마약류 취급자가 불법으로 약물을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반면 일반인이 같은 행위를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 오히려 약물 관리 책임이 더 큰 의사들이 약하게 처벌받는 형국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지 약물의 범위를 확대하고, 취급자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일반인보다 높게 설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 출신인 서명옥 의원 역시 “마약류 취급자의 과도한 셀프 처방은 마약류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