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지난 1년여 동안 지속된 의정 갈등 사태로 인해 상당수의 보건 의료 노동자들이 인력 부족으로 여전히 극심한 노동 강도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보건 의료 노동자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매년 정기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 정기 실태조사는 지난 1월 6일부터 1월 24일까지 3주간 집중적인 조사를 시행했으며, 총 4만4903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올해 설문에 참여한 보건 의료 종사자 중 83.9%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은 40.3%로, 의정 갈등 전인 2023년에 비해 14.9%p나 증가했는데, 특히 간호직의 의사 부족 응답 비율이 타 직군보다 높게 나타나, 2024년 발생한 의정 갈등이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고 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직에 큰 부담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병원·기관 운영상에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질문에서 91.3%가 “의사 업무가 간호사 등 진료 지원 인력에게 더 많이 전가된다”고 응답했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로도 해당 응답이 34.6%로 가장 높았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자신의 업무 문제점은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듣는다”는 응답이 49.2%로 가장 많았으며, 의사 대신 업무로 업무가 늘어났다는 응답도 39.2%를 차지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의사 인력 부족이 다른 보건 의료 종사자에게 업무가 전가되거나,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자신의 문제점 중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는 “의사 대신 면담으로 항의를 받음”, “의사를 대신해 처방”, “의사 업무를 대신하느라 업무가 늘어남” 등을 언급했다.

의사 부족으로 보건 의료 종사자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면서 자신의 원래 업무도 병행해야 하는 이중 부담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진료 지원 인력에 대한 업무상의 문제 외에도 의사 부족으로 인해 병원·기관 운영상에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조사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야간당직의가 부족해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일부 진료과 운영에 차질이 생기거나, 시·수술의 연기취소 상황이 발생하는 등 환자의 건강권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진료 지원 업무(PA·전담·임상·실무간호사 등) 담당은 전체 응답자의 10.4%, 간호사의 14.4%였다. 전공의 사태가 있었던 2024년 2월 22일 이후 진료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된 간호사는 전체의 5.5%로, 전공의 사태 이전 대비 61.8%가 늘어났다.

전공의 사태 이전부터 진료 지원 업무를 담당한 중간 숙련직은 52.1%로 나타나, 기존 진료 지원 업무가 중간 숙련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전공의 사태 이후 진료 지원 업무를 담당한 인원 중 2년 차 이하가 23.2%에 달해, 전공의 사태 이전 진료 지원 업무 담당, 진료 지원 업무 비담당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이는 전공의 사태로 인한 업무 공백으로 진료 지원 인력의 필요성이 늘어나자, 저연차 보건 의료 인력을 진료 지원 업무에 집중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료 지원 업무 담당 보건 의료 인력 중 43.9%는 진료 지원 업무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가 포함된 업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진료 지원 업무 관련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비율이 심각하게 높은 것이다.

진료 지원 업무 관련 교육을 8시간 이하로 받은 비율은 40.4%에 달했으며, 교육을 이수해도 소속기관 내 자체 교육만 받았다는 응답이 76.3%로 가장 많았고, 원내교육과 간호협회 교육을 모두 받은 비율은 12.3%에 불과했다.

특히 전공의 사태 이후 원내 자체 교육만 받은 비율은 83.6%로 평균보다 높게, 원내교육과 간호협회 교육을 모두 받은 비율은 7.9%로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 전공의 사태로 인한 인력 투입 과정에서 병원의 자체 교육만 받은 채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원내 자체 교육만 받은 경우, 진료 지원 업무 교육 시간이 충분했다는 응답은 46.8%에 불과했다. 반면 원내교육과 간호협회 교육 모두 받은 경우, 진료 지원 업무 교육 시간이 충분하다는 답변이 78.5%에 달했다.

교육 내용과 관련해서는 ▲각 과에 배치되기 전, 충분한 교육 필요 ▲배치된 과의 업무 관련 세부 교육 필요 ▲이론과 술기 교육 모두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건 의료 종사자 중 응답자의 53.8%가 의정 갈등 이후 내가 수행할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설문에 참여한 보건 의료 종사자 절반 이상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업무 증가를 느낀 셈이다.

직군별로는 간호직은 64.7%, 약무직의 52.9%가 의정 갈등 이후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전공의 사태 이전부터 진료 지원 업무를 담당했던 보건 의료 종사자는 의정 갈등 이후 업무량 증가에 대해 34.1%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고, 긍정 응답도 70.5%에 달했다.

응답자 중 “나의 권한과 책임을 벗어난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도 45.4%에 달했으며, 간호직은 55.9%로 타 직군보다 높았다. 특히 전공의 사태 이전 진료 지원 업무를 담당한 보건 의료 종사자의 경우 응답 비율이 63.5%에 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공백의 원인인 의정 갈등의 조속한 해결과 업무 범위의 명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