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전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11일(현지 시간), 미국의 바이오 벤처 기업 딥 애플(Deep Apple)과 심혈관계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는 공동 프로젝트로 발굴된 화합물에 대해 전 세계 독점 개발, 제조 및 상업화 권리를 갖게 된다. 양사는 공동 연구 계획을 수행하며, 비임상 실험에 진입할 경우 해당 물질 개발의 권한은 노보 노디스크로 이관될 예정이다.

딥 애플은 계약금과 연구 비용, 마일스톤 달성에 따른 지급을 포함해 최대 8억 1200만 달러(한화 약 1조 1000억 원)를 수령할 수 있다. 향후 개발 제품의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지급받게 된다.

노보 노디스크와 딥 애플이 발굴할 약물 후보물질은 G단백질연결 수용체(GPCR) 작용제다. 타깃인 GPCR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의 외부 신호를 인식하여 신경계,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 세포 내부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GPCR 작용제는 GPCR에 결합하여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이다. GPCR가 신경계,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 세포 내부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만큼, 이 약물이 겨냥하는 주요 질환도 해당 네 가지 계통에 속한다.

그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을 포함한 심혈관계 대사 질환 치료제로서 경구용 GPCR 작용제를 발굴·개발·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GPCR 작용제는 기존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작용제 등 인크레틴(식후 혈당 조절 호르몬) 계열 치료제와는 달리, 비인크레틴 계열에 속하는 만큼 노보 노디스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계획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는 현재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및 ‘오젬픽’(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등 자사의 대사질환 치료용 GLP-1 작용제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4년 기준 ‘오젬픽’ 단일 품목의 매출은 167억 달러(한화 약 22조 9000억 원), ‘오젬픽’을 포함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계열 품목의 합산 매출은 무려 410억 달러(한화 약 56조 23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릴리(Eli Lilly and Company) 등 후발주자들이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작용제보다 개선된 다중 작용 기전의 신약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릴리의 GLP-1+GIP 이중 작용제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위고비’와의 1:1 비교 임상에서 체중 감량 효과 우위를 보이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재까지 노보 노디스크의 포트폴리오는 GLP-1 단일 작용제로만 구성되어 있는터라 현재 유지하고 있는 시장의 주도권이 약해지면 수익 구조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GPCR 작용제는 이러한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게다가 GPCR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는 만큼, 노보 노디스크 입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환영할만한 복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