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인 뉴로바이오젠의 ‘KDS2010’가 치매에 이어 비만 치료제로도 시험대에 오른다. 본지 취재 결과 뉴로바이오젠은 지난 5월 28일 미국 임상시험 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자사의 알츠하이머 및 비만 치료 후보물질 ‘KDS2010(티솔라질린·Tisolagiline)’에 대한 임상 2a상 시험 정보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험은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서 ‘KDS2010’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식약처는 지난 2024년 8월과 9월 각각 알츠하이머 2a상, 비만 2a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시험의 디자인은 총 75명의 피험자 대상 초기 소규모 평가(Stage 1)와 용량 비교(Stage 2) 구조로 설계되었다. 생활습관 개선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런인(Run-in) 기간을 포함해 총 17주간 진행된다.

시험 일정은 2025년 6월 25일 첫 투약을 시작으로, 2027년 1월 31일 1차 평가변수 도출, 2027년 6월 30일 최종 임상 시험 완료로 예정되었다.

‘KDS2010’은 선택적 가역적 MAO-B 억제제 후보물질이다. 뇌 속에 존재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Astrocyte)에서 과발현되는 MAO-B를 저해하여 GABA(γ-aminobutyric acid,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과잉 분비를 조절하는 기전이다.

이러한 기전 덕택에 ‘KDS2010’은 GABA 기능 이상과 관련된 알츠하이머 병, 척수손상, 뇌졸중 후유장애,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로서 MAO-B 억제제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일본 에자이(Eisai)의 ‘에퀴피나’(Equifina, 성분명 사피나마이드·safinamide)가 대표적인 품목이다.

이에 뉴로바이오젠은 ‘KDS2010’의 적응증을 비만 치료까지 확대하며 대사질환 영역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GLP-1 작용제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그 중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GLP-1 작용제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수의 업체들이 앞다투어 GLP-1 작용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GLP-1 작용제 시장은 호황을 넘어 레드 오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GLP-1 작용제 후보물질만해도 무려 432개에 이른다.

레드 오션은 이미 구축된 시장으로, 진입이 용이하고 선도 기업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차별화가 어렵고 가격인하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 구조 확보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후발 기업들의 잦은 진입과 퇴출이 반복된다.

뉴로바이오젠의 ‘KDS2010’은 기존의 GLP-1 작용제가 식욕 억제 호르몬에 작용하는 것과 달리, 뇌내 도파민 분해를 저해하여 식욕 및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차별화된 기전으로, 이번 임상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기전의 비만 치료제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 그 작용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KDS2010’을 비롯한 MAO-B 억제제의 체중 감량 효과는 GABA의 억제를 통해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쳐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MAO-B 억제 기전의 비만 치료제는 ‘KDS2010’가 유일하다.

한편, 뉴로바이오젠은 올해 4월 ‘KDS2010(티솔라질린)’이 미국 제약사 사일렉스 바이오(Scilex Bio)에 총 6조 5000억 원(선급금 700억원 포함) 규모에 기술이전 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이전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은 이번 기술 이전 및 상업화 가능성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계약 구조가 일반적이지 않고, 신약 효과는 물론 기술이전 파트너사의 임상개발 완주에도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