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물리치료 중 온열 기능이 있는 돌침대에 누워 있다가 2도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병원이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민사재판부는 전남 여수의 한 의원에서 치료받던 중 화상을 입은 A씨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이 43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10월 15일 요통 치료를 위해 B의원을 방문해 신경차단 통증 치료의 일종인 ‘경피적 전기 신경 자극 치료(TENS)’를 받은 후, 물리치료실의 돌침대에 누워 정맥영양제인 뉴트리헥스주를 맞던 중 요추 및 둔부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화상의 원인은 지나치게 온도가 높았던 돌침대였다.

피부 진단 결과, A씨는 표재성 2도 화상과 심재성 2도 화상을 각각 진단받았고, 이후 다른 병원에 입원해 괴사조직 제거 수술과 25㎠ 이상 자가피부이식술까지 받아야 했다.

A씨는 “시술 후 신경차단으로 인해 하반신 감각이 둔해진 상태였고, 병원 측이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돌침대 온도를 점검하거나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신경차단 치료의 특성과 환자의 감각 저하 상태를 고려하면, 의료진에게는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료진은 환자 요청이 없더라도 돌침대의의 온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과열을 방지하는 제어장치를 활용하는 등 안전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B의원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병원 측은 “A씨가 온도조절기를 임의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개월간 유사 시술을 받아왔던 A씨에게 그런 정황은 없다”며 병원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B의원이 사건 발생 이후 A씨의 치료비를 면제해 준 점도 병원 측 과실을 사실상 인정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법원은 B의원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일실수입 610만원 ▲기왕 치료비 2949만원 ▲향후 치료비 530만원 ▲위자료 300만원 등 총 439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