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의 글로벌 시장 진출 관문으로 통한다. 2025년 6월에는 총 7개의 신약 후보물질이 FDA의 최종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모두가 미국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후보물질이라는 것이다. 그중에는 사상 두 번째 장기 지속형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예방제와 1년에 2번 투약으로 HIV(에이즈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약물도 포함돼 있다. 과연 몇 개의 신약이 FDA의 관문을 넘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달 심사 대상 후보를 날짜순으로 정리했다.

ⓛ 미국 MSD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제 ‘클레스로비맙’(clesrovimab) - 6월 10일

RSV는 급성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감염율은 매년 5~7%로, 꽤 높은 수준이지만 백신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RSV에 감염될지라도 대부분 1~2주 내에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5세 미만의 소아 혹은 65세 이상 노인이 감염될 경우, 종종 중증으로 발전하여 입원하는 등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RSV 백신들이 속속 FDA의 허가를 받아 등장하고 있다.

MSD의 ‘클레스로비맙’은 백신이 아니지만, 과거 RSV의 수동면역(외부에서 생산된 항체를 주입하는 방식) 예방제였던 ‘팔리비주맙’(palivizumab, 제품명: 시나지스·Synagis)과 유사한 기전의 항체 치료제다. 바이러스 표면의 F 단백질에 붙어 바이러스가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팔리비주맙’은 매달 투여해야 하는 반면, ‘클레스로비맙’은 RSV 유행 기간에 단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따라서 ‘클레스로비맙’이 FDA의 허가를 받을 경우, ‘베이포투스(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Nirsevimab)’에 이어 두 번째 장기 지속형 RSV 예방 항체주사가 될 전망이다. 참고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가 공동 개발한 ‘베이포투스’는 2022년 10월 EMA 승인, 2023년 8월 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2024년 2월부터 국내 접종이 시작된 바 있다.

② 미국 우로젠 파마(UroGen Pharma) 방광암 치료제 ‘UGN-102’ - 6월 13일

‘UGN-102’의 대상 질환인 저등급 중간 위험 비근육침습성 방광암(LG-IR-NMIBC) 방광 내벽에 국한된, 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린 저등급 암세포로 이루어진 방광암이다.

‘UGN-102’은 세포독성 항암제인 미토마이신(mitomycin)을 우로젠의 플랫폼 기술로 방광 내에 주입하는 약물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UGN-102’을 통해 수술없이 LG-IR-NMIBC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③ 미국 칼비스타(KalVista) 유전성 혈관부종(HAE) 발작 치료제 ‘세베트랄스타트’(sebetralstat) - 6월 17일

HAE은 혈관벽이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혈액 내의 C1 에스터라제 억제제(C1-INH)라는 단백질의 결핍 혹은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베트랄스타트’는 혈액 속에서 부종과 통증을 유도하는 브래디키닌의 형성을 저해하는 기전이다. 브래디키닌의 과잉 발현은 HAE 발작을 초래하는데 ‘세베트랄스타트’는 브래디키닌를 차단하여 부종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④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liead Science) 후천성면역결핍증(HIV) 바이러스 감염 예방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 - 6월 19일

‘레나카파비르’는 HIV 바이러스 외피의 캡시드에 결합하여 바이러스의 세포 핵 진입, 조립, 방출 등의 복제 과정을 방해하여 감염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투약 주기는 6개월 1회다.

‘레나카파비르’는 이미 2022년 12월 미국 FDA로부터 HIV 치료제인 ‘선렌카’(Sunlenca)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를 받았다. 다만 이번에 신청된 적응증은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치료제가 아닌 예방제로, 길리어드 측은 ‘선렌카’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대신 같은 성분으로 별도의 제품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레나카파비르’가 이번에 FDA로부터 허가를 취득할 경우, 1년에 2번 투약으로 HIV 감염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제가 탄생할 전망이다.

⑤ 미국 뉴베이션 바이오(Nuvation Bio)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탈레트렉티닙’(taletrectinib) - 6월 23일

‘탈레트렉티닙’은 NSCLC 중 ROS1 변이 양성을 겨냥하는 약물이다. ROS1은 NSCLC 유발 돌연변이 타깃 중 전체의 1~2% 남짓 차지한다. 따라서 ROS1 표적 요법은 그간 업계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표적인 NSCLC의 타깃인 EGFR에 대한 표적 치료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일부 업체들은 ROS1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종의 틈새 시장 공략인 셈이다.

‘탈레트렉티닙’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이 약물은 진행성 ROS1 양성 NSCLC 치료에 초점을 맞춘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다.

⑥ 미국 NRx 파마슈티컬스(NRx Pharmaceuticals) 항우울제 ‘NRX-101’ - 6월 30일

미국의 NRx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NRX-101’는 결핵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 D-사이클로세린(D-Cycloserine)과 조현병 혹은 양극성 장애 치료제 루라시돈(lurasidone)을 복합한 경구제다. NMDA 수용체와 5HT2a 수용체를 조절하여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감소시키도록 설계됐다.

⑦ 미국 베라스템 온콜로지(Verastem Oncology) KRAS 변이 재발성 저등급 장액성 난소암 치료제 ‘아부토메티닙’(avutometinib)+‘데팍티닙’(defactinib) 병용요법 - 6월 30일

‘아부토메티닙’은 KRAS 양성 암에서 활발한 신호전달 경로인 RAS-MAPK에서 RAF와 MEK라는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약물이다. ‘데팍티닙’은 암세포의 증식 및 전이에 기여하는 FAK을 표적하는 약물이다.

따라서 ‘아부토메티닙’과 ‘데팍티닙’의 병용요법은 KRAS 변이 암에 대한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기대되며, 특히 치료 선택지가 부족한 난소암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