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5일 ‘과잉 의료’ 기준을 3배로 강화해 건강보험재정 지출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연 120회 진료 초과 시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90%로 높이는 정책 공약이 그것이다. 현행 본인부담률 90% 부과 대상을 연간 365회 초과 외래진료 이용자에서 120회 초과 이용자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갈라치기·혐오 선동 극우 정치인 이준석의 엉터리 건강보험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준석은 말끝마다 스스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이라며, “갈라치기와 혐오 선동으로 복지 삭감에 나서는 유럽 등지에 흔한 극우 선동꾼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들 단체가 이런 주장을 내놓은 배경에는 나름 이유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

우선 ‘과잉 의료’ 또는 ‘과잉 진료’의 근본적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의료행위의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지 않고 의사한테 있다. 거의 모든 환자는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하라는 검사와 치료를 받는다. 여기에 환자의 주관적 입장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이는 ‘과잉 의료’의 문제가 환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의료 공급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은 OECD 통계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23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8.0회다. 이는 OECD 평균(2022년 6.4회)의 약 2.8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통계를 낸 OECD의 답은 간단하다. 한국은 행위별수가제를 택함으로써 서비스 과잉 공급에 대한 인센티브가 생긴다. ‘과잉 의료’는 환자가 아니라 의료 공급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준석 후보가 암시하는 대로 한국의 환자들은 의료비가 싸서 병원에 많이 가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의 환자들은 지금도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문제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건강보험 보장성이 가장 낮고, 가계 지출 중 의료비 비율은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런데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OECD 평균을 2.8배나 넘고 있는 것이다. 의료비가 저렴해서 환자가 병원에 많이 간다는 식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한국과 달리, 무상의료를 시행하는 유럽 국가들은 1인당 외래 방문 횟수가 현저히 적다. 대부분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고, 봉급제나 인두제 등을 운영하다 보니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95%가 민간병원이고 검사와 치료를 할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보니 공급자 유발 과잉진료가 많은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건강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따라서 정말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해결하려 한다면 의료 공급자를 통제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무관하게 환자 진료를 하는 공공의료기관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정작 성남시의료원의 진실을 왜곡해서 정치 선동에 활용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일으키는 존재는 또 있다. 바로 민영의료보험이다. 최근 감사원이 밝혔듯이 실손보험은 연간 12조 9000억 원~23조 3000억 원의 불필요한 추가 의료비를 유발하고, 건보 재정에 3조 8000억 원~10조 9000억 원의 부담을 전가한다. 우리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건 건강보험 보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장성을 높여야지, 이준석 후보처럼 오히려 줄이려 하는 것은 국민들의 삶을 더욱 핍박하게 만들 뿐이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마지막 원인은 정부다. 법으로 정해진 20% 국고 부담 의무를 매년 다하지 않아서 지난 10년간 누적된 체납금이 무려 35조 원을 넘는다. 정말 공정을 중시하는 대선 후보라면 평범한 청년들과 서민층에게는 매년 따박따박 건보료를 떼가면서, 매년 법을 어기고 부담금을 미납하는 정부를 비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몸이 아파 병원에 많이 가는 환자를 탓한다. 그들의 의료비를 올리겠다고 하고 있다. 가난하고 몸이 아픈 많은 노인들은 복합만성질환으로 병원에 자주 간다. 그들은 꼭 필요한 진료로만 연간 120회 이상 의료이용을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가난할수록, 장애가 있을수록 병원 이용이 많다는 건 상식이다.

물론 그 중 일부는 불필요한 의료이용일 수 있다. 이 경우는 과잉의료에 책임이 있는 의사·의료기관을 통제할 문제다. 그렇게 하지 않고 환자에 대한 페널티를 통해 의료비를 일괄 인상한다면 수많은 가난한 환자들은 병원 문턱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이준석 후보의 갈라치기와 혐오 선동 등으로 권리를 빼앗길 수 있는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이주민들이다. 이준석 후보는 ‘외국인 피부양자’ 때문에 연간 121억 원이 누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주민이 2년 이상 거주한 후에야 피부양자 자격을 가지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도 마지못해 인정하듯 이주민들은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흑자를 안기는 사람들이다. 이준석 후보는 그 액수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2021년 5125억, 2022년 5448억, 2023년 7308억 원 등 3년 간 흑자 규모만 1조 7881억 원이다. 차별적 제도 때문에 보험료로 내는 돈은 내국인보다 더 많은데 아파도 병원에 못 가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병원 갈 시간이 없거나 사업주의 허락을 받지 못하거나 통번역이 되지 않는 등 차별과 억압이 심해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가 겪는 건강보험 문제를 이주민 탓으로 돌리려 하는 이준석 후보의 인식은 딱하기 까지하다.

피부양자 제도는 한국에서 일하며 건강보험료를 내는 외국인도 마땅히 적용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다. 뿐만아니라, 외국인 피부양자 비율은 오히려 내국인보다 훨씬 적다. 2023년 기준 내국인 직장가입자 1인당 피부양자 수는 0.85명인데 반해 외국인은 0.33명밖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파면 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미 외국인이 대해 6개월 이상 거주 후에만 피부양자로 등록이 가능하도록 차별적 제도를 만들어 장벽을 높였다.

이준석 후보의 주장이나 공약은 유럽에서 파시스트와 극우파들이 하는 짓과 거의 흡사하다. ‘복지 쇼비니즘’으로 열악해지는 복지 문제의 탓을 이주민한테 돌린 것이다. 이 나라에서 반중·혐중 선동이 극우파들 사이에서 득세하는 걸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이준석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은 내놓은 바 없다. 오로지 갈라치기·혐오 선동으로 약자의 복지를 축소시키고자 한다. 이것은 단지 일부를 겨냥하는 게 아니라, 복지 전반을 축소시킨다.

건강보험 제도는 애초에 부자들한테 더 걷어서 가난한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회보장제도다. 특정 집단이 흑자냐 적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건강보험 제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약자들을 부당하게 낙인찍고 갈라쳐서 진정으로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들, 즉 민간중심 의료시스템과 거기서 이득을 보는 기업과 부자들의 허물을 덮어준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이준석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후보이지만, 그의 혓바닥은 매우 해롭다. 이런 거짓 선동에 제대로 된 답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민간 의료 공급자와 민영보험의 문제이고, 부자감세를 하면서 건강보험 국고 부담을 다하지 않는 정부의 문제다. 다른 주요 선진국들처럼 부자와 기업에게 더 걷어서 재정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 돈으로 OECD 최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공동 논평의 일부)

일반 국민처럼 직장 한번 제대로 다녀본 적 없는 이준석 후보는 시민사회의 이런 지적을 곰곰이 되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