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에 수출한 폐렴구균 13가 백신의 원액을 문제 삼아 화이자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화이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등의 소 상고심에서 최근 상고기각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1심 원고(화이자) 승소 판결을 뒤집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손을 들어줬던 2심 특허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1월 7일 상고장을 접수하고 4개월여 만에 속전속결로 소송을 마무리했다. 특히 심리불속행기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심리불속행 기간이 도과한 이달 8일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판결을 한 것으로 미뤄볼 때, 화이자에 패소 판결을 한 특허법원의 판단에 별다른 흠이 없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소송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폐렴구균 13가 ‘개별단백접합체’를 국내에서 생산해 러시아 제약사에 연구 목적으로 공급한 것을 화이자가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 폐렴구균 13가 백신 ‘스카이뉴모’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이듬해 화이자가 해당 백신이 ‘프리베나13’의 조성물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말 대법원이 화이자의 손을 들어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7까지 국내에서 스카이뉴모를 제조·판매하지 않기로 화이자와 합의했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과 2019년 러시아에 연구용 폐렴구균 백신 원액을 수출했는데, 화이자는 이러한 수출 행위가 화해 결정을 위반하고 자사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침해 금지 등의 소를 제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수출한 백신 원액 13종을 혼합하기만 하면 스카이뉴모 완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만큼, 이는 자사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업용 완제품이 아닌 연구 목적 원액일뿐더러,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혼합 공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합의 위반 및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맞섰지만,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화이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1심 재판부는 13종의 개별접합체 원액을 국내 생산한 것만으로도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가 갖추어졌으므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행위가 특허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 특허법원은 이러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화이자) 패소 판결을 했다. 화이자의 특허는 백신 원액 13종을 모두 혼합한 완성된 조성물에 관한 것으로, 국내에서 폐렴구균 백신 13종을 개별로 생산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행위는 화이자의 특허권에 대한 직접·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행위는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의 연구 또는 시험을 위한 특허발명의 실시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특허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고, 완성 백신을 생산해 이 사건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인정되지도 않는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완성 백신에 관한 침해금지 및 폐기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화이자는 이번 소송과 같은 내용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SK바이오사이언스를 여러 차례 제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무역위원회는 현재 해당 건이 불공정무역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인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무역위원회의 제소 건과 관련해 SK바이오사이언스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