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보험 가입자 의료 추가 사용에 따른 총진료비용 차이

감사원(원장 최재해)은지난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로 최근 5년(2018~2022) 동안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청구·지급 전수자료 조사 결과, 실손보험은 연 12조9000만원가량의 추가 의료비를 유발해 건보재정에 약 3조8000만원의 부담을 전가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이번 조사는 최근 실손보험 등 민간의료보험이 확대되며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 건강보험으로 비용이 전가되고 보험금이 중복지급되는 등의 문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분야는 총 16개 실손보험회사 자료와 공단 보험 자료를 함께 연계했으며 총 2억6521만명의 각 분야별 △3조13억건(실손) △4조76억건(건강보험) 청구 건을 대상으로 한다. 감사원은 분석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청구한 비율은 전체의 40%가량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감사원은 실손보험 비가입자를 기준으로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실손보험 청구 여부 등을 고려해 △실손보험 가입자 △실손보험에 가입했고 보험금을 청구한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어 △실손보험 비가입자-가입자 △실손보험 비가입자-가입 및 청구자 △실손보험 가입(미청구)자 및 비가입자-가입 및 청구자 3가지 가능성을 세워 비교했다.

분석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비가입자보다 의료 서비스(입원·외래)를 더 많이 사용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1인당 연간 추가 의료이용량은 △외래 2.33~7.8일 △입원 1.54~7.05일 더 많았다. 이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총 진료비용은 약 12조9400만원에서 최대 23조2800만원이었으며, 건강보험 부담금은 최저 3조8300만원부터 최대 10조9200만원까지 높아졌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건보 재정에서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한 실손보험으로 주로 보상받는 비급여 진료는 지난 2022년 기준 상위 9개 비급여(물리치료·백내장 등) 기준 연간 3조5201억원이 추가 소요됐으며, 건강보험 부담금은 721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추가 발생금이 큰 항목은 물리치료로, 외래 진료 기준 연간 1조2461억원(건보 부담금 2211억원), 입원 기준 연간 1조2357억원(건보 부담금 3970억원)이 소요됐다.

나아가 △병명 변경 등 청구정보 불일치로 인한 신뢰성 저하 △실손보험 청구 후 건강보험 미청구를 통한 보험사기 의심 병원 발생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실손보험금 이중 지급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난 뒤 의료기관은 공단에 급여공단부담금을 청구하며 환자는 실손보험사에 급여본인부담금 및 비급여 비용을 청구한다.

그러나 환자·진료기관·진료일자가 같은 동일 진료건임에도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청구서류 대조가 가능한 1억1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상병명 등이 불일치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최대 5개까지 기록된 상병명을 살핀 결과, 전체가 일치한 경우는 53.5%(5963만건), 불일치한 경우는 46.5%(5183만건), 전체 상병명이 달랐던 경우도 31.9%(3561만건)이었다. 불일치한 청구건에 지급된 보험금은 약 10조6000만원, 모두 맞지 않았음'에도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4조8000만원이었다. 단, 감사원의 설명에 따르면 상병코드 없이 청구돼 보험사 직원이 임의기재한 사례도 포함됐을 수 있다.

감사원은 상병코드가 일치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실손보험 가입 시, 암과 당뇨 등 고지의무 10대 병력이 있는 가입자가 해당 사실을 숨긴 뒤 의료기관 진료와 다른 병명으로 청구한 경우를 꼽았다. 이처럼 고지의무 병력을 알리지 않은 가입자는 총 239만명으로, 이들이 청구한 154만건에 총 5232억원이 지급됐다. 유사한 사례로, 약관 상 보상이 제외된 정신질환·비만의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병명을 달리한 102만건에도 1814억원이 지급됐다.

이 밖에 보상되지 않는 신의료기술을 시술받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상병코드를 달리해 청구한 경우는 32만6000여건으로 992억원이 지급됐다. 대표적 예시로, 건강보험에는 N84(자궁체부의 폴립) 등으로 청구하고, 실손보험에는 고강도초음파(HIFU)를 보장하는 D25(자궁근종)으로 청구한 사례가 적발됐다.

의료기관에서도 건강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730만건이 발견됐으며, 지급되지 않은 금액은 총 2조2473억원이다. 감사원은 이 중 미청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 7071곳 중 1123곳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유형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발견된 사례는 피부미용 시술 후 도수치료 등으로 청구하는 사례로, 성형외과 등 187곳에서 발견됐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의 이중 지급을 막기 위한 제도가 미비하다는 사실도 짚었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납부한 본인부담금이 소득 수준 기준으로 정한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정산해 돌려주는 제도다.

감사원은 해당 제도와 관련해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이중지급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으며, 대법원도 지난해 환급금이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금감원이 현행법 상 공단과 민간 보험회사 간 정산의 법적 근거가 없어 사후정산 방안을 도입하지 못했고, 현재까지이중지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처럼 이중지급된 사례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8580억원으로, 이중지급자와 금액 모두 늘고 있다. 금감원은 이중지급을 방지할 경우 연간 실손보험료가 약 2232억원 인하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실손보험 가입자로 인한 건보 재정 부담 완화 및건강·실손보험 청구·심사기능연계 방안 고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본인부담금 지급 정보 연계·사후정산이 가능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위해이번 조사 결과를 각 관계기관에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