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PD-1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2차 치료용 면역 항암제로 골수성 억제 세포(MDSC) 억제제가 주목받고 있다.

PD-1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 반응을 저해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인 PD-1에 작용하여 면역 세포의 활성을 촉진하는 기전의 면역 항암제다.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인자를 이용하는터라 다른 유형의 항암제 대비 부작용 및 범용성 한계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PD-1 면역관문 억제제 투약 이후 획득한 후천적 치료 저항성 문제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선천적 치료 저항성은 비면역 종양(Cold Tumor) 등 애초에 종양미세환경(TME) 내 면역 세포의 결핍으로 인한 구조적 조건으로 인해 PD-1 면역관문 억제제의 반응률이 낮은 것인 만큼, 보통 TME 내에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후천적 치료 저항성은 초기 PD-1 면역관문 억제제 치료에 반응하던 환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 세포의 활성이 다시 억제되고, 암이 재발하거나 진행되는 현상이다. 비면역 종양과 달리 TME 내에 면역 세포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선천적 치료 저항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는 아직까지 PD-1 면역관문 억제제의 후천적 저항성을 유발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MDSC를 지목하고 있다.

MDSC는 체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골수 세포의 일종이다. 주로 염증이나 암과 같은 병리적 상황에서 골수가 긴급하게 면역 세포를 생성하는 과정인 ‘비상 골수 생성(emergency myelopoiesis)’ 중 미성숙한 골수 세포인 MDSC들도 함께 과도하게 발현된다.

이 세포는 면역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여 암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한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PD-1 면역관문 억제제를 반복 투여한 환자들의 TME에서 MDSC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면서, 후천적 치료 저항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벤처 기업인 벡타스 테라퓨틱스(Bectas Therapeutics)는 이러한 MDSC를 겨냥한 새로운 면역 항암제 후보물질 ‘AB001’을 선보이며 2차 치료용 면역 항암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AB001’은 MDSC 표면에 있는 두 개의 수용체를 동시에 겨냥해 MDSC의 활성을 억제하고, PD-1 면역관문 억제제에 대한 후천적 치료 저항성을 극복하도록 개발된 단일클론 항체 후보물질이다.

물론 MDSC 억제를 통한 후천적 치료 저항성 극복 전략은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임상에서 효과가 확인될 경우 ‘AB001’은 ‘퍼스트 무버’로서의 시장 선점 가능성과 파급력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로 현재 개발 중인 MDSC 억제제는 본지 취재 결과 벡타스 테라퓨틱스의 ‘AB001’과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인 바이오소샤 파마슈티컬스(Biosortia Pharmaceuticals)가 개발 중인 무명의 저분자 합성의약품 기반 후보물질, 이 둘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벡타스 측은 연내 ‘AB001’의 비임상 실험을 완료하고 2026년 상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