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차원준 기자]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등광기술연구원 김기현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신속항원키트의 민감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검은 배경 기반 신속항원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키트의 낮은 민감도와 위음성 문제를 극복하며, PCR 수준에 근접한 정확도를 구현해 감염병 진단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그림1] 검은 배경에서 금 나노입자의 산란 신호를 포착하는 원리. 낮에는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 별빛이 밤 하늘에서는 관측이 가능하듯, 금 나노입자의 미세 산란 신호도 배경 신호를 억제한다면 관측이 가능하다.

신속항원키트는 코로나19, 임신 진단 등에 널리 활용되며 간편하고 빠른 현장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항원 농도가 낮을 경우 신호가 희미해 위음성이 발생, 정확한 감염 진단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PCR 검사의 높은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긴급 사용되었으나, 진단 정확도 면에서 신뢰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하늘의 별' 관측 원리에서 착안한 혁신적 접근을 도입했다. 기존 신속항원키트는 흰색 배경에서 금 나노입자의 붉은색 흡광 신호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반사광과 산란광으로 인해 미세한 신호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배경을 검은색으로 설계해 불필요한 빛의 반사를 최소화, 금 나노입자의 신호를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극미량의 바이러스도 검출 가능해졌다.

[그림2] (좌) 배경에 따른 신호세기 비교. 동일한 신호에서 단순 배경만 바뀌어도 300배 이상 관측이 잘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 검은 배경 기반의 신속항원진단 키트 구조. 기존의 신속항원진단 키트의 구조에서 크게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검은 배경의 도입으로 배경신호를 제거해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김기현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신속항원키트의 간편함을 유지하면서도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기존 방식으로는 검출이 어려웠던 바이러스까지 포착할 수 있다"며 "감염병 진단뿐 아니라 임상 및 공공보건 분야에서 PCR에 준하는 정확도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GIST 고등광기술연구원 기본연구사업,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구 결과는 2025년 4월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