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 이하 의협)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며 "지속 가능한 의료개혁은 필요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실패했으며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24년 의대정원 2천명 증원정책을 "의료 붕괴의 주범"으로 규정하며 국정조사 및 향후 국정감사대상등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의협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의료현안을 주제로 정례브리핑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택우 회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직후 복지부 장관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의료개혁은 멈출 수 없다'고 했으나, 임기 말인 현 정부가 과연 이 개혁을 완수할 힘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1차, 2차 의료개혁 과제 보고서만 봐도 허점이 뚜렷하며, 간호법 시행규칙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정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지금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은 아집을 버리고 차기 정부에서 의료개혁이 제대로 논의될 수 있도록 그간의 논의자료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정원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24년 단행된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은 대한민국 의료를 붕괴시킨 주범"이라며 국회에 이 정책을 국정감사 대상으로 삼아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누가 이 무리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하며, 건강보험재정 고갈과 국고 손실 등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감사청구제도를 활용해 감사원 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 발표한 2027년 의대정원 계획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교협은 2027년 의대정원을 5천58명으로 확정하면서 추계 결과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김 회장은 "정부와 언론이 마치 2026학년도 의대정원이 3천58명으로 줄어든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번 발표는 증원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정원을 일시적으로 줄여 놓고 마치 기존 증원 결정을 철회한 것처럼 여론을 조작하려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의 요구는 처음부터 일관됐다. 2천명 증원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단호히 밝혔다.

김 회장은 의사수급 추계위원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복지부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며 추계위원 추천 과정에서 의료계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이 위원회를 정말 객관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대응에 착수했으며, 새로운 제도가 잘못된 방향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생 유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김 회장은 "대학들이 지난해 학칙을 무시하고 학생들의 휴학계를 받아주지 않았던 잘못은 덮어두고, 올해는 학칙을 핑계 삼아 유급을 통보하고 있다"며 "적어도 대학 측은 지난해의 과오를 먼저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조속히 학업에 복귀해 미래의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 관계자들이 더욱 진정성 있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택우 회장은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잘못된 정책까지 묻혀서는 안 된다"며 "대한의사협회는 앞으로도 잘못된 정책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데 앞장설 것이며, 국민 모두가 혜택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