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유통되는 처방약용 원료의약품(API)의 절반 이상이 인도와 유럽연합(EU)에서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세 부과는 곧 미국의 약값 인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약전위원회(USP)가 지난 17일 의약품 공급 지도를 이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의약품 관세는 원산지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원산지 국가는 제품이 만들어졌거나 크게 변형된 국가다. 의약품 공급망은 대부분 여러 국가에 걸쳐 있으며 원료 생산 및 충진 마감 역시 여러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미국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현재 API가 만들어진 국가를 원산지로 간주한다. USP는 의약품 공급 지도를 사용해 미국 처방약 API 제조의 지리적 집중도를 볼륨(양) 기준으로 분석했다.

이전 USP 분석은 실제 생산량 보다는 제조 능력 지표인 FDA에 등록된 API 제조업체의 수에 초첨을 맞췄으나 이번 분석은 국가별로 미국에 수입된 API의 양을 분석한 것이다.

USP 의약품 공급 지도는 각 의약품에 대한 고유 식별자인 특정 국가 의약품 코드(NDC)에 대한 API가 만들어지는 시설을 매핑한 것이다. 분석에서 염화나트륨 주사, 포도당 주사 등 정맥주사 수액(IV Fluids)를 제외했는데, 이는 염화나트륨과 같은 간단한 API를 사용하고 부피가 크면 분석이 크게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미국 내 처방약 API의 주요 생산 허브는 인도와 EU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처방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제네릭의약품의 API는 주로 인도(35%)에서 생산됐으며, 브랜드의약품 API의 43%는 EU에서 생산됐다. 반면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처방의약품 API 볼륨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중국은 처방의약품 API 총 볼륨의 8%를 차지하고 있으나, API의 구성 요소인 핵심출발물질(KSM)에 대해서는 중국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과다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인들의 의료비 상승과 맞물려 거센 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의 독특한 성격으로 볼때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가 최근 처방약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출 수 있는 약가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관세 남발로 인한 여론의 역풍을 완화하려는 속셈”이라고 평가했다.

USP의 이번 분석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부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