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이호빈 기자] 올해 대다수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을 외면한 가운데, 스테인리스 철강 기업 티플랙스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상근감사까지 선임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펼쳐 주목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2460개 기업 중 41곳(2.4%)에서만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됐다. 주주제안 안건 수는 총 134건으로 이 중 15건(11.2%)만 가결됐다. 반면 주주제안 안건을 제외한 상정 안건의 가결률은 96.7%에 달한다.

티플랙스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상근감사 선임, 현금 배당, 임원보수 규정 신설 등의 안건을 모두 상정했다. 이 가운데 상근감사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이와 관련해 김태섭 티플랙스 대표이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티플랙스 창업자인 김영국 회장의 아들로, 2020년 티플랙스에 합류했다. 입사 후 생산·영업직 등을 두루 거쳐 올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에 나서는 김 대표는 기업의 외형 성장이 아닌 내실을 다져 '작지만 강한 회사'를 모토로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티플랙스는 공장 인근 부지에 2000평 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해 2027년까지 연매출 2500억원을 달성하고, 창립 50주년인 2031년에는 국내 첨단 소재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주 권익 확대를 위한 움직임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실제로 티플랙스는 지난 정기 주주총회 때 나온 의견을 반영해 임원 보수 총액을 2023년 30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24억600만원으로 줄이고 배당 규모는 지난해 1주당 20원에서 올해 25원으로 증액했다.

또 주주환원을 위해 올해 진행한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이어 추가 자사주 매입을 계획 중이며 반기 배당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소액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티플랙스의 행보가 향후 기업 가치와 주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