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원장 이재태)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현장 이슈 대응 및 정책연구 확대, 신기술 선진입 등을 논의하는 2025년 연례학술회의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올해 연례학술회의의 주제는 '근거를 넘어 가치로, 새로운 시대의 의사결정'이다.

회의는 최근 의료현장의 시급한 사안에 대처할 정책연구를 확대하고, 제도를 개선해 정책 결정 과정에 협력해 온 흐름의 연장선으로 마련됐다. 회의는 △기조연설 △세션 1(공익적 임상연구, 가치 중심 연구로의 확장) △세션 2(의료기술평가의 새로운 패러다임) △토론 등으로 구성됐다.

기조연설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참여했으며, 그는 "보건의료 정책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NECA는 정부와 국민(환자) 사이에서 근거와 가치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학적 근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근거와 가치가 상호 보완되는 구조 속에서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NECA가 구조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서 현장의 근거와 가치를 연결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세션 1에서는 '가치로 이어지는 연구: 공익적 임상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배상철 한양대 의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발표가 진행됐다. 세션 1에서는 △'보건의료 R&D 추진 방향'(홍승령 보건복지부 과장) △'가치를 담은 공익적 임상연구의 길: PACEN 사업의 주요 성과와 나아갈 방향'(송재관 서울아산병원 세부사업책임자 겸 울산대 의대 교수) △'국민이 기대하는 가치 기반 공익적 임상연구'(범지형 미래소비행동 전문위원)가 이어졌다. PACEN은 NECA의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이다.

이날 홍 과장은 공익적 임상연구는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근거가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결 구조를 갖추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책 수요와 임상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체계적인 운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역할이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실제 PACEN 운영 경험을 공유하며, 제약사 등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비교연구를 수행해 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영국이나 미국처럼 공익적 임상연구를 전담하는 기관과 안정적인 재원이 마련되어야 장기 운영이 가능하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건강보험공단·NECA 간 자료 연계가 법적 해석과 행정적 제약으로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범 전문위원은 가치 기반 의료는 곧 환자 중심 의료이며, 연구 기획부터 국민의 참여가 체계적으로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NECA의 의료기술평가 국민참여단 사례를 언급하며, 환자와 시민이 제안한 연구가 실제 정책과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PACEN을 통해 구축된 대규모 환자 코호트를 후속 연구로 연계할 수 있는 체계 마련, 공익적 임상연구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제도적 정비, 성과의 정책 반영을 위한 제도 연계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었다.

2부 세션은 '의료기술평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박정율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열렸다. 2부 발표는 △'기존기술 재평가, 사회적 요구와 추진방향'(김민정 NECA 본부장) △'신의료기술의 가치 입증: 점진적 근거 창출을 통한 잠재력 평가 방안'(안정훈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 교수)가 연자로 나섰다.

김 본부장은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제도 개정을 중심으로 의료기술재평가의 역할을 소개했다. 그는 "국민에게는 검증되지 않은 비급여 기술에 대한 정보 제공, 전문가와 정책결정자에게는 급여항목 관리 기준, 산업계에는 예측 가능한 절차와 의견 제시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임상적 가치와 경제성을 함께 평가하는 기술 개발 중심 의료기술평가(DF-HTA)을 소개했다. DF-HTA를 통해 기술의 임상 도입 전 불확실성을 줄이고 전략적 개발과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선진입 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실용적이고 안전한 기술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2부 패널토론에서는 DF-HTA와 의료기술재평가가 각각 기술 진입과 관리라는 상이한 목적을 지니는 만큼, 정책 목표에 따라 평가 방식을 구분하고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더불어 재평가 결과의 전달 방식이 대국민 정보문에서 '권고' 표현 뒤 "의사와 상의하라"는 문구가 반복돼 소비자의 판단 기준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DF-HTA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 NECA의 컨설팅 기능 강화와 국제 HTA 협력을 통한 제도 외연의 확장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발표 및 토론 영상은 NECA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가 제공될 예정이며, 행사 주요 장면과 메시지를 담은 스케치는 NECA 공식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발표자료집은 NECA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원장은 "이번 학술회의는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보건의료 발전 방향과 NECA의 미래 역할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안전성·효과성은 물론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하는 근거 기반 정책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