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김철호 연구중심병원협의회장 아주대병원 첨단의학연구원장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바이오헬스 산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의 영향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로 의료기술의 가치가 부각되고, 환자 중심 의료가 강조되는 추세 속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바이오기술의 집약적 발전으로 분자수준에서 인체정보를 이해하고 조작하며 재생을 통한 인체기능 복원이 가능해졌다. 의료 패러다임도 정밀·재생의료라는 환자맞춤형 진단·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한 예방·사후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여러 팬데믹 경험을 통해 바이오헬스산업의 경쟁력은 미래의료기술 선점을 통한 기술주권 확보에 있음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동시에 보건의료 R&D 생태계가 미래의료의 연구와 의료혁신의 최적의 장소인 병원의료현장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병원은 우수한 인적자원과 의료기술, 집적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기술 혁신의 핵심축(hub)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병원은 기술 검증뿐 아니라, 현장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기술개발에 활용하는 양방향 연구개발의 장으로서, 산·학·연 및 지역 의료체계, 커뮤니티, 환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상생 협력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병원 인프라를 중심으로 연구소, 바이오기업 등이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래의료 연구성과 활용·확산을 위해 병원과 통합·연계된 네트워크 지원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CTSA(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 Awards)는 1999년부터 기초연구 성과의 임상적용 촉진을 위한 산·학·연·병 컨소시엄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의 AHSN(Academic Health Science Networks)은 2013년부터 병원 및 지역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구 성과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혁신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추진하여 병원이 보건의료기술혁신의 중심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R&D-중개·임상연구-사업화-제품개발-진료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하고, 의료서비스 고도화와 의료 질 향상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지원은 바이오헬스 생태계 구축 차원보다는 각 병원과 사업 단위의 성과목표 달성에 집중되어 사업 간 연계성이 부족했고, R&D 사업이 종료될 때마다 병원 연구환경이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 내 연구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병원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해 연구 자원의 스케일업(scale-up)을 지원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개방·융합형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연구중심병원을 차세대 바이오헬스 기반 기술의 국가적 연구 허브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 지정제에서 인증제로 전환하고, 기존 10개 연구중심병원을 확대하기로 한 정책 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인증병원 확대를 통한 외연 확장이라는 하드웨어 준비와 함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에 의료현장의 실질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연구중심병원 역량강화를 위한 정부지원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의사과학자(M.D-Ph.D) 육성이 절실하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주도권 확보는 미래의료기술 선점과 실용화 성과 창출을 이끌 의사과학자 확보가 관건이다. 정밀의료, 재생의료, 의료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의학적 전문성과 혁신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융합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의료현장의 실용적 아이디어 창출자이자 최종 소비자로서, 실제 의료현장의 미충족 수요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바이오헬스 분야 전반에 걸쳐 의사과학자의 비중이 높으며, 이들이 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처별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원하고 있으나, 임상중심 교육환경과 연구지원의 불안정성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더욱 과감하고 전주기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병원을 국가적 연구허브로 구축하기 위한 대형사업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병원 의료현장 연구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규모의 대형사업이 부재하여, 연구자 개인의 능력에 의존한 소규모 과제가 분산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대형사업 지원 없이는 병원의 자체 재원투자 명분도 약화되고 미래의료 연구 수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글로벌 표준의 연구중심병원을 목표로 국가적 연구허브 육성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셋째, 연구중심병원 간 협력 네트워크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중심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역량을 인정받은 기관으로, 이들을 구심점으로 국가적 위기대응을 위한 협력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Disease X 등 감염병 대응 이니셔티브, 데이터·네트워크·AI 기반 의료현장 실증 이니셔티브 등의 대형 프로젝트에 연구중심병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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