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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의료 위기를 대하는 의사협회의 역할

-의료산업 뉴노멀 대비하자-

언론사

입력 : 2025.04.01 09:11

[의학신문·일간보사]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정부는 1년 전 대규모 의사증원을 결정하면서, 이는 단순한 증원이 아니라 의료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하였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협력을 거부하고, 대신 강압적인 조치를 선택했다. 실질적으로 '의사개혁'에 가까운 방향성을 지향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으며, 의료계의 반발을 증폭시켰다.

정부는 의사들을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타협하지 않겠다고 주장하였다. 심지어 계엄사태에서는 그들을 '반정부·반체제 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하였다. 의사들을 반역 집단으로 규정하고 굴복시켜야 한다는 것이 시정잡배의 술주정이 아니라, 모두 정부 최고책임자로부터 나온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러한 기조가 완전히 철회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탄핵 위기 앞에서 정부에서는 권한대행과 장관이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의사 '카르텔'을 해체시키고 굴복시켜야 한다는 기조가 담긴 '의료개혁'은 끊임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과연 어떠한 의미와 목적에서 사과를 한 것일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백 번 양보하여 정부 정책의 정당성과 목적을 이해해 보아도, '필수·공공의료 강화'라는 국정과제가 정부에 의해 잘 수행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 1년 간 의료계는 적법하고 정정당당하게 정부와 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해왔을 뿐, 어떠한 집단적 수준의 불법적 행동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교육과 수련을 중지한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을 향해 초헌법적인 강제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현장에 불러 앉히고자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였던 것은 놀랍게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우리나라 정부였다. 초급 의사들의 수련 중단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심각한 위험이 된다는 현실도, 그들의 자발적 선택이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도 매우 비정상적이다. 그들을 강제로 앉히려는 강압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이 아니라, 그들이 미래 의료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납득시킬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하다.

정부는 이러한 점에서 설득력 있는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고민의 깊이, 이해의 수준, 또는 진지한 실행 의지가 부족한 탓일 수 있겠으나, 어떠한 이유라고 하더라도 정부는 심각하게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의료체계가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선전해왔지만, 실제로는 많은 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매일을 간신히 버티고 있다. 지난 1년간 3조5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환자들과 국민들은 전에 없던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보고된 수개월 간 수천 명의 초과사망은 당장 나타난 중증 질환에 대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의료 수준의 악화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 수준이 현재 추계된 수준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정부가 과연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설사 어느 정도 그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그간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실조차 호도하면서 의료개혁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에만 집착해왔다.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과 올바르고 효과적인 정책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계와의 진지한 협의와 노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나, 지금껏 스스로 '의료개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가 과연 변화된 입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감당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의료계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이들이 정부와 사회 그리고 의료체계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불신을 갖게 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높은 수준의 의료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의료인의 역량과 헌신은 더 이상 '공짜로' 기대할 수 없다. 적지 않은 이들은 우리나라 의사들의 높은 역량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전문성의 독점' 하에 과도한 보상을 얻고 있다고 가정하며, 의료의 한계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의사의 전문가성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 하에서, 미래 세대들은 높은 수준의 전문적 역량 향상과 헌신의 결과가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과 헌신을 강요받아야 할 것을 우려할 것이다. 과연 누가 더 높은 수준의 의료를 지향하고 헌신하는 의사가 되라고 미래 세대에게 말할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의 의료현장에서는 과도한 노동시간과 업무강도가 당연시되었으며,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개인의 삶을 희생하며 헌신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수술 환자의 상태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의사가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늦은 시간까지 환자를 돌보는 일은 흔하다. 환자의 건강 행동을 유지하기 위한 많은 의사들의 노력에도 자발적 헌신의 속성이 연관되어 있다. 전문 행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도 많은 의사들은 환자와 사회에 기여하고 헌신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우리 의료 현실을 지탱하던 '자발적 헌신'에 대해 "하기 싫으면 말아라"는 식의 냉소를 보내는 사회의 불신과 정부의 태도에 많은 의사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무형적 가치의 훼손은 의료 전반의 수준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이제는 감사와 신뢰로 지불하던 '자발적 헌신'에 대한 비용을 물리적으로 보상할 수밖에 없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며, 이는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 대해 미래 세대는 매우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의료계 스스로에게 남겨진 가장 큰 숙제는 역설적으로 스스로 가치를 회복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어떻게 다할지 해답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들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직업적 책무를 다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많은 의사들이 보다 나은 의료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며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현실에 잘 반영되지 못했다. 사회가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의료계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을 전달하고 실현 가능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 전반과 적극적으로 바람직한 의료에 대해 고민을 나누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책임을 더 강하게 받아들여야 그에 걸맞은 권리를 주장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

의협은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 의료의 본질적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당위성과 수용가능성을 고려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계의 주체로서 의료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와 높은 수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세대와의 진지한 논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의견과 요구가 정부와 사회로 하여금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논의될 수 있는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의료계의 합리적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의료계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의료의 변화는 '의사개혁'이 아니라 '의료정책 거버넌스의 개혁'으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사회 전반에 각인시키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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