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건강보험 급여 축소 적용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약제 효과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뚜렷한 대체 약물이 없고, 유사 효능의 건기식은 턱없이 비싸며, 급여 축소분이 비율은 높되 금액으로 치면 기존 복용군의 대거 이탈을 부를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관련 시장이 결정적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법원, 제약 급여축소취소소송 기각…환자부담률 30%서 80%로 확대
치매 예방 및 인지 기능 개선 치료제로 오랜 기간 사용돼 온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건강보험 급여 축소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대법원이 종근당이 제기한 급여 축소 취소 소송을 최종 기각하면서, 콜린 제제의 환자 본인부담률은 기존 30%에서 80%로 높아지게 됐다. 본격적인 적용 시점은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내 관측이다.
이번 급여 축소는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가 콜린 제제의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추진됐다. 대웅바이오 그룹의 2심 선고가 남기는 했지만, 한 차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중단됐던 이 조치는 종근당 그룹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대법원에서까지 모두 기각되면서 다시금 시행을 앞두게 됐다.
의료계, '이번 판결 즉각 처방감소 이어지지 않을 것' 분석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즉각적인 처방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환자 본인의 부담 증가 폭이 크지 않으며, 약제 효과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글리아타민(대웅바이오)의 경우 하루 2회 복용 기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월 8568원에서 2만2848원으로 증가하지만, 일일로 환산하면 약 476원 수준으로 여타 건기식이나 일반의약품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뇌 건강 관련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제품에 따라 월 수만 원(5~10만원)을 웃도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상대적인 경제성은 유지된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고령 환자일수록 치료 효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만큼, 약값 인상 자체는 결정적 변수가 되기 어렵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복용 중단 이후 환자가 먼저 약 복용 재개를 요청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익명의 수도권 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과 비교했을 때 하루 500원 미만의 부담은 고령층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경제적 비용보다도 치료 지속 여부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급여 축소와 함께 제기된 대체 약물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체제로 언급되는 니세르골린과 은행엽제제는 적응증이나 작용 기전에서 콜린 제제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니세르골린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한정적으로 사용되며, 뇌혈관 질환 동반 여부에 따라 처방이 제한된다. 은행엽제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으로만 유통되고 있으며,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와 관련된 의학적 적응증은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니세르골린은 혈류 개선제에 가깝고, 은행엽은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콜린 제제는 신경계 회복을 목적으로 한 치료제로, 현 시점에서 실질적인 대체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콜린 제제는 단순한 인지장애 치료를 넘어, 뇌손상 회복이나 수술 후 인지기능 관리 등 다양한 임상 영역에서 활용돼 왔으며, 처방 건수 또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약 2700억 원 규모였던 콜린 제제 시장은 2023년 기준 6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된다.
대한신경과학회 관계자는 "콜린을 통한 적절한 조기관리를 통해 뚜렷한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급여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치료 공백이나 약물 대체로 인한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콜린 제제 임상적 유효성 뒷받침 연구 결과 지속 나와
한편 콜린 제제의 임상적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인지 기능 개선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건강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당 결과는 SCIE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돼 학문적 신뢰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콜린 제제가 단순한 치매 예방제를 넘어, 다양한 신경학적 치료 상황에 적용 가능한 치료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치매 관리에 따른 장기적 사회경제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 1인당 연평균 관리 비용은 약 1733만 원에 달하며, 평균 생존기간인 11년을 기준으로 약 2억 원 이상의 누적 부담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 대한신경과학회는 지난 2020년 성명서를 통해 "콜린 처방을 통한 조기관리로 치매로의 이환을 늦추어 준다면 어마어마한 사회 경제적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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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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